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공포는 잠깐이었다. 시스템적인 문제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에 코스피가 상승 마감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을까지 내놓자 환율 시장이 안정을 찾으며 대형주가 지수를 방어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SVB발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장 초반 2369포인트까지 밀렸지만, 이후 2410선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정부가 SVB 예금을 전액 보증키로 했다는 소식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일정 부분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골드만삭스가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을 내놓은 점 역시 지수에 호재로 작용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금융 부문에 가해진 압력(SVB 사태)에 비춰 볼 때, 3월 금리인상 경로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본다”며 “22일 FOMC에서 금리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리 동결 전망이 나오자 환율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환율은 1317원에 개장한 뒤 골드만삭스 전망이 발표되자 장중 1298.30전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대형주가 방파제 역할을 했다.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이날 0.95% 상승했다. 코스피 전체의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중형주는 0.41%, 소형주는 1.19% 하락했다. 실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5개 종목 중 삼성물산(028260)(-0.37%)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또 코스피 종목 중 상승한 종목은 256개에 그친 반면 하락 마감한 종목은 두 배 넘는 656개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중소형 성장주가 추후 SVB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형주와 차별화가 진행된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금리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지만, SVB발 경계심리가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이 탄탄한 대형주에 자금이 쏠렸다는 얘기다.
정명지 삼성증권(016360) 투자정보팀장은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리 환경이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형성되면서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면서도 “중소형 성장주 중심으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점은 현금 창출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SVB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SVB 파산 사태로 재무 상태가 불안한 벤처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는 모습”이라며 “SVB 사태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추후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의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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