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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적폐 '주홍글씨'…민관 '팀플'로 K배터리 밸류체인 구축해야 [biz-플러스]

[미국發 2차 테크빅뱅]

<1> 배터리 삼국지

<하> 시급한 K배터리 류체인

■광물 동맹체 설립 나선 美·EU

자원외교로 기업 지원해야

범정부 컨트롤타워 가동 시급

■K배터리 4대 쟁점 진단

완성차 배터리 내재화 위협 고조

하이니켈 대안 LFP 개발 두고 의견 갈려

볼리비아 리튬 생산 설비. 서울경제DB




“과거 정부의 ‘자원외교’가 적폐로 낙인 찍힌 사이 해외 주요국은 치열하게 광물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우리도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소재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작업은 기업들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 정책 수립, 인력 양성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광물 ‘공동 구매’ 나선 美·EU…중남미는 자원 무기화=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주요국은 점점 더 노골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인플레이션방지법(IRA)과 핵심원자재법(CRMA)으로 보호주의 장벽을 높인데 이어 광물 밸류체인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우방국으로 동맹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구매자 클럽’ 결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과 EU는 배터리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구매자 클럽이라는 동맹체를 만든 뒤 자원을 공동 매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의 주요 광물 보유국과 협정을 맺고 자금 지원도 검토한다. 동맹체를 결성하면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 칠레 등 풍부한 광물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협력체를 꾸려 자원 무기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

중국의 희토류 광산. EPA연합뉴스


◇원자재 수주 경쟁 외교 지원 필요…예산 지원도 늘려야=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주요국의 배터리 공급망 구축전에 맞서 우리도 기업·정부·학계가 뭉쳐 ‘토탈 워(전면전)’ 전략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일단 국내 배터리 공급망에서 가장 취약한 원자재 수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작업이 1순위로 꼽힌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원자재 확보를 돕기 위해 정부가 광물 보유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광물을 해외 기업에 판매하는 국가는 대부분 계약 과정에서 상대국 정부의 외교적 신뢰나 보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부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수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자원외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은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핵심광물 확보전략’에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다자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원 개발이 한동안 비난을 많이 받던 분야라 정부에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최근에는 핵심 광물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부도 인지를 하고 있어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자원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을 지원하는 사업도 복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예산이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의 해외 자원 확보를 돕기 위해 배정한 특별융자 예산은 2010년 684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해외 자원 조사를 위한 국고보조금도 2010년 1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13억 원으로 급감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 분리막 생산 공정. 사진 제공=SK아이이테크놀로지


◇美·EU처럼 공동 정책 추진할 컨트롤타워 필요=배터리 산업을 총괄할 범정부 컨트롤타워 설립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밸류체인 강화는 산업·통상·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장기적 관점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만큼 부처와 기업, 연구기관의 역할을 조정할 주체가 필수적이라서다.

실제로 주요국은 배터리 밸류체인을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은 핵심광물소위원회를 설치해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부처 간의 광물 업무를 조정하고 있으며 EU는 유럽배터리연합(EBA), 유럽핵심광물연합(ERMA) 등 범유럽 기구와 기금을 조성해 공동 정책을 구축하고 예산도 지원한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기업과 정부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배터리 생산 공정. 서울경제DB


◇산학협력 통한 인재 양성…기술 고도화 밑거름=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 양성에 힘쓰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한국은 자원과 예산이 부족한 만큼 기술력으로 빈자리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터리 업계는 연구개발(R&D)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중국 등 외국 기업이 높은 몸값을 제시하며 고급 인력을 빼가고 있고 단기간에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기도 어려워서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업계는 매년 3000명 정도의 연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은 1000명 이상, 학사급 공정 인력은 약 18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배터리 기술 개발이나 학계의 논문 수준이 낮다”며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기초 과학이 가능한 인력 양성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인력을 키우려면 산학협력이 필수적이라 입을 모은다. 계약학과를 만들어 입학 시점부터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수급해야 인재 양성→고급 인력 확보→기술 고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재 채용이 어려운 중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재필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국내 소재 산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인재 채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정부가 단순히 지역만 안배할 게 아니라 산학 연계가 가능한 방법으로 배터리 산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테슬라가 개발한 신형 4680 배터리 셀


K배터리 4대 쟁점 살펴보니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패권 경쟁 양상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중국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한국 기업들은 향후 10년 안에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따라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완성차와의 관계, 배터리 기술 등 어느 하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없다. 이에 서울경제는 전문가 진단을 통해 K배터리를 둘러싼 4가지 주요 쟁점을 분석했다.

①배터리사 최대 적은 완성차인가=우선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이른바 ‘배터리 내재화’가 K배터리의 위협이 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이미 자체 배터리 생산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자체 배터리 양산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직은 신형 배터리인 4680 배터리 셀의 주간 생산량이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1000대 분량에 불과하다.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도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를 세워 내재화에 나섰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4680 배터리만 보면 테슬라가 배터리 업계보다 먼저 양산에 성공했다”면서 “배터리 회사가 완성차에 배터리 기술로도 끌려가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셈.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 위협은 이미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일부 배터리 물량이라도 생산하려는 구상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에는 공급 부족으로 배터리 업계가 ‘슈퍼 을’의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점차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로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②하이니켈 배터리만 고집해도 될까=완성차는 물론 중국 배터리 업계가 가져올 리스크도 거세졌다. 특히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저가공세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K배터리가 자랑하는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만 고집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박 연구원은 에너지 밀도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보다 3~4년 앞서있다고 평했다.

조재필 유니스트 교수는 “LFP 배터리는 용량이 적어 한계가 있는 제품이다. 한국 배터리 회사가 중국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LFP 배터리를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하이니켈 배터리를 더욱 고도화하는 데 한국이 전력 투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2010년대부턴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LFP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면서 “뒤늦었지만 LFP 배터리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③중국산 소재 없이 배터리 생산 가능할까=문제는 배터리 셀의 종류에 상관없이 한국의 중국산 원·소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중국은 핵심 원자재인 리튬, 흑연, 망간의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소재를 배제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실행에도 수년 내로 중국의 밸류체인에서 완전히 탈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양국 한양대 교수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필요한 전구체는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전구체를 주지 않으면 한국은 배터리를 만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가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프로토타입 차량. 사진 제공=도요타


④전고체 배터리 위협 실체 있나=전고체 배터리 또한 한국의 고민거리다. 전해질이 기존의 액체가 아닌 고체 상태인 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은 데다 한 번 충전으로 900㎞를 갈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도요타를 위시한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앞서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요타는 상용화 시점으로 2030년을 제시했는데 목표대로 생산이 이뤄질 경우 일본이 배터리 시장에서 단번에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선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는 당연히 한국도 해야 하는 영역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술”이라며 “미래 기술과 관련해 전고체 배터리에만 올인해서는 안 되고 리튬메탈 배터리나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도 개발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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