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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 깬 '사모펀드계 다윗'…"카카오 공개매수 참여 안해"

[CEO&STORY]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단독 인터뷰

프로듀싱하듯 직접투자 승부 보고 싶어

세계 3대 사모펀드 KKR 나와서 창업

주주가치 제고 선망받는 투자펀드 포부

K콘텐츠 인기는 반짝 아닌 메가 트렌드

SM 주가 2년후 30만원…장기 투자할것

3월말 주총서 'SM엔터 이사'로 선임

JB금융지주 배당확대 시간걸려도 관철

운용자산 연내 2,000억서 1조 확대 목표

9일 서울 여의도 IFC빌딩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한국 K팝의 대부인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총괄프로듀서를 무릎 꿇리고 카카오(035720)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하이브(352820)를 꺾고 SM엔터 경영권 분쟁의 승자가 된 무대의 뒤에는 사모펀드 업계의 30대 앙팡테리블이 있다. 그는 사모펀드 운용사를 창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국내외 최고 인재들이 자웅을 겨루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 10년 넘게 잔뼈가 굵은, 한국 자본시장의 기린아다. 주인공은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창업자 겸 대표이사.

이달 말 SM엔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인 이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카카오가 진행 중인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2년 후 SM엔터 주가는 30만 원까지 갈 수 있다”면서 장기 보유를 선언했다. 이수만·하이브 연합의 반격을 제압한 이 대표는 이제 한국 금융지주사들의 고질적인 저배당 관행을 해소하려 칼을 빼들었다. 그는 얼라인이 2대 주주로 있는 JB금융지주(175330)의 배당 확대를 다음 타깃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간이 좀 더 걸려도 JB금융의 배당 확대는 관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해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1조 원 규모의 신규 펀드 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4월부터 ‘SM엔터 이사’라는 새 직함을 추가한다. 이달 31일 열릴 SM엔터 주주총회에서 그는 기타 비상무이사로 무난히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K콘텐츠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글로벌 메가트렌드”라면서 “카카오의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고 SM엔터 지분을 계속 보유해 우군으로 남겠다”고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9일 얼라인의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IFC빌딩에서 90분가량 진행된 후 카카오와 하이브 간 SM엔터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린 뒤인 13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SM엔터의 새로운 이사로 어떤 일을 할 것이냐고 묻자 이 대표는 “‘SM 3.0’ 전략이 원활하게 실행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SM 3.0은 SM엔터의 현 경영진이 SM엔터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놓은 경영전략이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SM엔터에서 △내부거래위원회를 통한 이수만 및 특수관계인과 연관된 거래 철저 검증 및 조치 △임직원 보상안 활성화 및 성과 연동 보상 비중 확대 △주주 친화형 이사회 구축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이 같은 경영 활동을 통해 “SM엔터 주가가 2025년에는 30만 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M엔터 지분 약 1.1%를 보유하고 있는 얼라인은 이미 70%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2~3년간 더 보유해 주가 상승의 결실을 거둔 뒤 명예롭게 지분을 처분하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2021년 9월 얼라인을 창업하고 곧장 1호 펀드를 설정하면서 SM엔터 주식을 처음 사들였다. 평단가는 약 6만 5000원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저희 펀드의 일부 출자자(LP)는 이익 실현을 바라지만 업사이드가 있는 만큼 당장 SM엔터 지분을 팔 계획은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의 인기가 지속되면 신규 그룹이 계속 데뷔하고 앨범 판매량 증가, 비용 정상화(라이크기획 등 계약 청산)를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SM엔터는 2025년까지 영업이익 3000억 원을 달성해 주당 약 30만 원까지 올라서는 것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처음으로 “SM엔터 주식의 추가 매집을 진행해 시장에 알려진 지분율(1%대 초반)보다는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일 서울 여의도 IFC빌딩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이 대표는 인터뷰 중 수차례 “얼라인은 K콘텐츠에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얼라인의 SM엔터 투자가 단기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단적인 예로 새 앨범 ‘레디 투 비’를 발매한 트와이스의 글로벌 앨범 판매량이 지난 앨범 대비 70%나 성장했고 미국 콘서트는 BTS급으로 돌고 있다”며 “K콘텐츠의 인기는 BTS·블랙핑크로 반짝 불고 끝나는 게 아닌 메가트렌드로 이어지리라 본다”고 예상했다.

이제 이 대표의 초점은 이달 30일 정기주총을 앞둔 JB금융으로 옮겨가 있다. 최근 JB금융은 배당 확대와 이사 선임을 놓고 얼라인과 갈등 중이다. JB금융그룹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JB우리캐피탈·프놈펜상업은행·JB자산운용·JB인베스트먼트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JB금융의 지분은 삼양사(14.61%)와 얼라인(14.06%), OK금융그룹(10.21%), 국민연금(8.45%), 더캐피탈그룹(5.11%) 순으로 과점주주 체제다.

얼라인은 1월 2일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139130) 등 총 7곳의 금융지주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당시 얼라인은 상장 은행이 해외의 주요 은행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면서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 비효율적인 자본 배치 정책과 낮은 주주 환원에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은행은 2021년 기준 한 해 평균 당기순이익의 64%를 주주에게 환원했지만 국내 은행은 24%에 불과하다며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J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사들은 얼라인이 요구하는 주주 환원 수준을 약속했다.



하지만 JB금융은 “과도한 배당은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고 얼라인이 주주 제안한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는 검증 절차가 미비하다”며 버티고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다른 금융지주는 다 수용한 배당 확대를 JB금융만 거부하기는 어렵다”며 “시간이 걸릴 뿐 JB 측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JB금융이 얼라인 측의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자신하는 배경에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지원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한다. 그는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은행들에 대한 인식이 정말 좋지 않다. 법도 안 지키고 주주 권익도 무시하는 ‘제3세계’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며 “전 세계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얼라인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JB금융이 홀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JB금융 주식의 추가 매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1대 주주가 돼 경영권을 갖겠다, 이건 저희의 전략과 맞지 않다”면서 “주주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고 명분이 있는 배당 정책을 요구하고 관철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도 추가 지분 매수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의 금융의 공공성 강조, 금융업권 경쟁 강화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올랐던 금융지주 주가가 다 빠졌지 않느냐”며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국내 은행들은 금융 당국이 보수적으로 감독을 잘했기 때문에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며 “당국도 지배구조 개혁이나 경쟁을 조금 더 강화하겠다고 할 만큼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3월 주총 시즌이 끝나면 이 대표는 2767억 원인 운용자산(AUM)을 연내 1조 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로 떠난다. 얼라인이 보유한 펀드는 총 5개이며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로 2021년 9월 SM엔터 지분을 처음 샀다. 2월 말 기준 1호 펀드의 운용 자산은 459억 원으로 설정 후 수익률이 34.95%에 이른다.

1호 펀드 설정 후 얼라인은 우리금융 등에 투자한 테일윈드 일반 사모투자신탁(재간접)과 윈드 일반 사모투자신탁을 설정했고 JB금융에 투자하는 터보제트 일반 사모투자신탁(재간접)과 제트 일반 사모투자신탁도 결성했다. 테일윈드와 윈드 펀드의 운용 자산은 각각 253억 원과 352억 원으로 연초 이후 수익률은 21.55%, 14.70%다. 터보제트와 제트 펀드의 운용 자산은 각각 675억 원, 1028억 원으로 연초 이후 수익률은 49.6%, 47.37%에 달한다.

이 대표는 “다음 달부터는 미국·유럽·싱가포르·홍콩 등 해외 투자자를 만나러 출장을 떠날 계획”이라며 “펀드 순자산 1조 원은 얼라인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시스템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최소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캠페인을 벌일 상장사 지분을 매수했느냐는 질문에는 “최근에는 주총 때문에 바빠 시간을 많이 쓰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조금씩 담아놓은 곳들이 있다”면서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한 후에는 추가로 주주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터뷰 도중에도 이 대표는 JB금융을 상대로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분주했다.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대신 창업을 택한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직접 투자해 결과물을 내놓고 싶었다”면서 “SM엔터의 프로듀서가 직접 작업을 해서 승부를 보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일 것 같다”며 웃었다. 투자 전략으로 가치투자·주주행동주의를 택한 데 대해서는 “KKR에서 배운 게 이것뿐이고 할 줄 아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게 또 이것뿐”이라고 답했다.

얼라인을 창업한 지 1년 6개월, 이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해 3월 SM엔터 주총에서 승리해 감사를 선임할 때를 꼽았다. 그는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면서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아예 안 되는 일은 세상에 없구나’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얼라인을 국내에서 가장 선망받는 투자회사로 키워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 부문에서 한국에서 의미 있는 사례와 혁신을 만들고 싶다”며 “국내 최초 행동주의 플랫폼인 비사이드부터 금융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배당 확대 요구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IFC빌딩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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