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투자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나선 가운데 업계는 자본시장 인프라(기반) 구축과 낡은 규제 타파, 자기자본 확충, 투자은행(IB) 역량 확보 등부터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향’ 세미나에서 기조 발표자로 나서 “국내 자본시장의 외형적 성장에도 예금 중심의 가계 금융자산 구조, 글로벌 경쟁력 부족, 낡은 자본시장 인프라와 규제 등 한계 요인이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에 앞서 정부가 선행조건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 회장에 따르면 2010~2022년 가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은행 예금 비중은 46%로 동일하게 유지된 반면 금융투자 상품 비중은 30%에서 22%로 감소했다. 아시아 국가 IB 20위권 내에 진입한 국내 증권사도 전무했다.
서 회장은 △연금·자산관리 활성화를 통한 국민 노후 준비 지원 △공모펀드 경쟁력 강화 및 사모펀드 성장 지원 △대체거래소(ATS) 인가를 비롯한 자본시장의 질적 향상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추진 목표로 제시하면서 “해외 진출 관련 규제를 개선해 10년 안에 아시아 3대 증권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내 증권사들은 과거 10년간 중소기업 여신 등 모험자본을 공급하지 못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등의 영업에만 집중했다”며 외국환, 법인 지급 결제 등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금융위원회가 13일 ‘금융 산업 글로벌화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연 뒤 후속으로 개최한 첫 세미나였다. 금융위는 4월 핀테크·보험, 5월 금융지주·여신, 6월 은행에 앞서 금융투자 업계와의 만남을 추진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우리 금융투자 회사들이 세계 무대의 주역이 된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정부는 ‘한국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더 이상 공허한 구호로만 남겨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김 부위원장은 “명확한 비전과 실효성 있는 추진 전략이 결합된다면 해내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과거 수십 년간 공고하게 유지됐던 전통 금융권 중심의 글로벌 금융시장 판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과 빅테크·핀테크 등 다양한 참여자, 취향, 투자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무엇보다 소프트 파워와 ICT 역량을 우리 금융투자 업계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김 부위원장은 “영미계 금융회사가 수백 년간 레거시(유산)를 쌓아온 전통적인 자본시장 분야가 아니라 새 운동장에서 새 경쟁자들과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우리 금융투자업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시장과 투자자 특성에 맞는 진출 전략을 결합해 꾸준히 추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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