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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금통위원의 고민 “중앙은행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중앙은행 뒤늦게 소통 나섰지만 쉽지 않아

현시점엔 매개체인 언론 통할 수밖에 없어

금통위 전후 언론 논조 변화에 정보 많아

중앙은행 소통 노력과 언론의 역할이 중요

박기영 금융통화위원이 16일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임기를 약 한 달 남겨둔 박기영 금융통화위원이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중앙은행의 소통방식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너무 많은 정보를 주면 안 되지만 너무 적은 정보를 줘도 안 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소통 창구인 언론과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6일 박 위원은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주제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은 일반 대중과 소통을 피해왔다. 정책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거나 아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09년 이후다. 중앙은행 소통에 따라 물가 등 거시변수에 대한 기대가 바뀌면서 통화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선출되지 않은 기관인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은행의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일반 대중과 중앙은행이 직접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달리 일반 대중은 전문용어를 쓸 수 없고 쉽고 단순한 언어를 써야 한다. 또 일반 대중은 돈이 되지 않는 정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합리적 무관심’ 상태에서 정보를 무조건 제공하는 것은 중앙은행 신뢰성에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통화정책 파급 효과도 저해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너무 크게 얘기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작게 얘기해도 안 되는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박 위원은 “중앙은행은 정보의 양을 줄 때 어디까지 내어줄지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라며 “중앙은행이 목소리를 크게 내면 시장 목소리가 묻혀 자신의 메아리만 듣게 돼 착각하게 되는 반면 목소리가 너무 작으면 작은 뉴스에도 크게 반응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영 금융통화위원이 16일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이에 중앙은행들은 일반 대중과의 적절한 소통방식을 고민하면서 소셜미디어(SNS) 활용을 늘렸으나 일반 대중의 관심은 크지 않다. 한은 역시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다양한 채널을 운용하고 있지만 큰 주목을 못 받고 있다. 결국 대부분은 신문·방송 등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중앙은행과 소통하고 있다.

박 위원은 “전문가들은 리포트를 쓰는 것이 돈과 명성에 영향을 주지만 일반 대중은 그런 동기가 약하다”며 “특히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중앙은행에 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통화정책 이해도를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이 집중 연구한 것은 바로 언론을 통한 통화정책 영향이다. 경제주체들이 대체로 언론 기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기 때문에 정책효과의 파급 측면에서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순수한 통화정책 충격과 정보충격을 구분해 분석했다. 기준금리를 50bp(1bp는 0.01%포인트) 올린다고 했을 때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면서 소비·투자가 줄어들겠다고 생각했다면 순수한 통화충격다. 이를 한 번 더 생각해 50bp 인상하는 것을 보니 실물경제가 생각보다 탄탄하다고 받아들인다면 정보충격이 된다.

박 위원은 2005~2022년 열린 금통위 회의 194회를 전후로 ‘금융통화위원회’ 또는 ‘금통위’를 포함하는 기사 5만 2273개를 분석했다. 이를 금통위 직전 직후로 나눠 논조를 -1(비둘기·통화 완화 선호)부터 +1(매·통화 긴축 선호)로 수치화했다. 금리 결정이 시장 예상보다 긴축적이었으면 해당 지수가 오르지만 반대로 완화적이면 떨어지는 것이다.

박기영 금융통화위원이 16일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분석 결과 언론 논조 변화가 큰 날과 기준금리 변화가 큰 날이 일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준금리 변화 폭이 컸던 날은 금통위의 정책 의도가 사전에 잘 예상돼 논조 변화 폭이 낮게 나타났다. 예를 들면 2010년 10월 금리를 동결했을 때 논조 변화에 가장 큰 완화 충격이 발생했다. 당시 한은은 물가 불안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금리를 동결했다. 반대로 2022년 7월 한은의 사상 첫 50bp 금리 인상이 이뤄졌을 당시 논조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박 위원은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통해 언론 논조 변화를 수치화하고 분석한 결과 모든 만기의 수익률 변화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예상치 못한 통화정책 결정인지 여부, 현재 경제상태에 대한 정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지침 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언론이 민간의 경제 인식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은 “중앙은행도 점차 소통을 늘리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중앙은행 소통방식이 언론 기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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