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비료비가 급등하며 지난해 논벼 생산비가 1년 전보다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벼 순수익은 산지 쌀값이 하락하며 최근 1년새 37% 급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가 지원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논벼 생산비는 10a(아르·1a=100㎡)당 85만 4000원으로 전년(79만 2000원) 대비 6만 2000원(7.9%) 증가했다. 간접생산비가 2021년 29만 2000원에서 지난해 28만 6000원으로 2% 감소한 반면 직접생산비는 50만 원에서 56만 8000원으로 13.6% 늘어난 결과다. 논벼 생산비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연평균 4.3%씩 올랐다.
지난해 논벼 생산비를 끌어올린 주범은 비료비다. 지난해 비료비는 10a당 8만 9000원으로 전년(5만 2000원) 대비 3만 7000원(71.4%)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공급망 불안이 가속화하며 천연가스 등 질소비료 원료 값이 가파르게 치솟은 영향이 크다. 요소비료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비료 수입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비료비 급등을 부추겼다. 농약비도 2021년 3만 800원에서 지난해 3만 3100원으로 2300원(7.7%)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논벼 직접생산비는 비료 구입비, 노동임금 상승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생산비가 늘었지만 산지 쌀값이 하락하며 수익성은 악화됐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기준 산지 쌀 가격은 20kg당 4만 5455원으로 전년(5만 2198원) 대비 6743원(12.9%) 감소했다. 이에 지난해 논벼 순수익은 10a당 2021년 50만 2000원에서 지난해 31만 7000원으로 18만 5000원(36.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순수익률 역시 38.8%에서 27.1%로 11.7%포인트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가 지원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평년 대비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의무 매입하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정부는 개정안 시행시 쌀 매입에 매년 1조 원 이상의 세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한 총리는 개정안에 대해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며 “정부는 실패가 예정될 길로 차마 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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