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에서의 대기업참여제한제도에 대한 정부 개선안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지난 정부 때도 한 차례 수술대에 올랐지만 개선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다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혁신 과제로 지목돼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공공 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제한을 푸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 방안을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쟁점마다 복수 대안들로 구성됐으며 최종안은 과기정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혁신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한다는 기조 아래 변화에 따른 충격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을 고려해 쟁점마다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며 “초안을 갖고 주무 부처와 협의해 속도감 있게 정부안을 만들고 이후 업계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단이 마련한 방안의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공공 사업의 개방 범위, 예외 사업 인정 절차, 컨소시엄 구성에 관한 사항이다. 먼저 개방 범위에 관해서는 대기업에 모든 사업을 전면 개방하는 방안과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한 대상에 속하지 않는 대기업이 적용받는 것처럼 사업 금액에 하한을 두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대기업의 참여를 위해 길을 터주는 예외 인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현재는 과기정통부 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예외 인정 여부를 판단하지만 앞으로는 발주 기관에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대기업이 예외적으로 공공 사업에 참여해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의 절반을 중소기업에 떼어줘야 하는 현행 방식 역시 개선 대상이다. 중소기업 몫을 절반 이상으로 둬야 하는 현 기준이 특히 대형 사업에서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 대형 SI 기업 고위 관계자는 “컨소시엄에서 중소·중견기업 몫을 절반 이상으로 두면 특히 사업 규모가 큰 경우가 문제가 된다”며 “어떤 중소기업은 해당 사업 규모가 자사의 연 매출을 웃도는 경우도 있는데 그 정도 규모를 맡을 인력이나 리소스가 갖춰지지 않았을 테니 사업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규모나 참여 중소기업의 리소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컨소시엄 내에서 사업량 배분을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다만 정부안이 완성되더라도 중소·중견 업계의 설득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중소 SW 업계는 여전히 제도 개선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미리애 중소 SI·SW기업협의회장(VTW 대표)은 “공공 사업을 제한했지만 결과적으로 대기업들의 매출은 여전히 상승세여서 제도 개선의 정당성이 떨어진다”며 “현재 공공 사업의 발주 금액이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에 문호를 열게 되면 어렵게 일궈온 중소·중견 SW 생태계는 다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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