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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이 전부 '풀'인데"…가격은 '껑충',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폭염·한파·가뭄·홍수…이상 기후 확산에

농작물 피해·가격 폭등 불확실성 빈번해

산지확보·사전기획만으론 안정성 장담×

'노화 억제' 특수 기술 적용한 창고 두고

환경제어 스마트팜 물량 늘려 원활 공급





물가 상승을 장바구니로 가장 먼저 체감하는 주부나 음식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농산물 가격 폭등’이 화두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부자재의 수급 차질과 가격 인상, 고금리 등 요인이 겹쳐 생활 물가 전반이 오른 측면도 있지만, 농산물의 경우 최근 들어 가격 이슈가 빈번해지고, 출하량이 들썩이는 품목도 더 많아졌다. 적정 일조량과 기온, 습도, 수분 등 자연 조건에 따라 생산량과 품질이 좌우되는 신선 식품 특성상 가뭄, 홍수, 한파, 고온 현상같이 현대 사회에서 심화하는 ‘이상 기후’의 영향을 받는 사례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각종 채소 이름 앞에 ‘금(金)’이 수식어로 붙고, 집에서 직접 키워 돈을 아낀다는 ‘OO테크’가 유행하는 등 ‘반찬이 풀(채소) 뿐’이라는 말이 물정 모르는 투정이 되어버린 시대. ‘그래도 먹어야 하는’ 소비자 만큼이나 머리 아픈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그래도 팔아야 하는’, 장보기의 대표 채널인 대형 마트다. 대량을 들여와 저렴하게 판매하는 마트 특성상 기존에는 산지와 사전 기획해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맞췄지만, 이제는 이 방법만으로는 채소 매대가 텅텅 빌 수도 있다. 예측 불가 날씨 탓에 수확을 코앞에 둔 농작물이 망가지고, 출하에 차질이 생겨 값이 뛰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마트들이 가격 방어의 방향을 ‘산지’에서 첨단 기술을 동원한 저장 시설과 품종 개발, 스마트팜 투자로 다변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시내 한 마트의 채소 코너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변덕스러운 날씨? 채소 가격은 더 변덕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양파 1㎏의 소매가격은 2897원으로 1년 전(1880원) 대비 54% 올랐다. 대파 역시 1㎏ 평균 가격이 3435원으로 1년 전(2872원)보다 20% 뛰었고, 청양고추(947→1475원, 56%), 당근(2905→4791원, 65%) 등도 값이 예년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양파와 대파의 핵심 산지에 역대급 가뭄이 일어 출하량이 줄었고, 청양고추는 1월 하순 한파와 2월 중순 일조시간 감소가 겹치면서 생육이 늦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 비단 최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으로 배추 작황이 타격을 입고, 이로 인해 수급 비상 및 가격 폭등이 연출됐다. 그 여파로 대형 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는 포장김치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경기도 이천의 이마트 후레쉬센터 내 CA 저장고에서 관계자들이 저장 과일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사진 제공=이마트


노화가 멈추는 ‘비밀병기’ CA저장


예측 불가능한 기상 현상과 이에 따른 농작물의 가격·수급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마트들이 공들이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축’이다. 냉장고 신선칸에 넣어도 일주일을 채 넘기기 힘든 것이 채소와 과일이지만, 마트들이 운영하는 저장고는 최장 8~9개월 전에 사들인 농작물 수백 톤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CA(Controlled Atmosphere)’라 불리는 기술을 적용한 저장소 운영을 통해서다. CA는 온도, 습도, 공기 중의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 등을 조절해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하고, 수확했을 때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저장 방식이다. 대기 중 산소 농도는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올려서 원물의 품질 변화를 최소화는 게 핵심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마트(139480)와 롯데마트가 이 창고를 운영 중이며 각각 1000억 원 이상의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2012년 자체 농산물 직영센터인 후레쉬센터를 만들면서 저장 기술 중 하나로 CA를 적용했는데, 총 19개의 저장 룸에 5000톤 물량을 보관할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800톤의 양파를 비축해 올해 2~3월 양파 시세가 급등한 상황에서 약 20~25% 더 저렴한 양파 2.5㎏ 상품을 출시해 판매했다”며 “7월 중순 장마 전엔 노지 수박을 미리 확보해 CA 저장 기술로 비축했다가 가격 상승기에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 증평에 위치한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 내 CA 창고에서 관계자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제공=롯데마트




2018년 1000톤 규모의 CA 저장소를 만든 롯데마트도 최근 CA 저장 양파 2㎏ 상품을 기획 판매한 데 이어 4월 중 약 600톤의 CA사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곳은 일정 주기로 품목을 입고·판매한다. 예컨대 이번에 출시한 양파의 경우 지난해 7월 저장해 올 3월 개방했으며, 4월 초 완전히 소진되면 소독 과정과 창고 휴식기를 거쳐 7월 다시 저장되는 스케줄을 따른다. 다른 상품들도 시기만 다를 뿐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이 이뤄진다.

홈플러스 메가푸드 마켓 간석점에 설치된 스마트팜 수경채소 존/사진 제공=홈플러스


온실에서 제어 ‘스마트 팜’ 활용 확대


스마트팜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0년부터 스마트팜 채소 판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냉·난방 환경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은 기후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적정 가격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또 일반 시설 대비 동일 재배 면적 기준 30~40% 생산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일부 점포에 수경채소존을 구성해 버터헤드레터스·이자트릭스·카이파라·프릴아이스 등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장마·폭우 피해가 많은 여름철 상추·양채류 가격이 오르자 대체 상품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21년부터는 연간 480여 톤의 토마토를 스마트팜으로부터 납품받고 있는데, 이제훈 사장이 직접 농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볼 만큼 회사 차원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스마트팜 생산 상품 매출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지만 올해 취급 품목과 그 규모를 더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도 대표 과채류 작물인 딸기, 토마토의 경우 스마트팜 계약 물량을 늘려 안정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딸기의 경우 2~3년 전 김제 스마트팜 한 곳만 운영했으나 현재는 담양 스마트팜, 부안 스마트팜까지 확대해 비중을 전년 대비 20~30% 늘렸다.



수입 과일 현지 작황 고려, 대체 신품종 도입도


신품종 도입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통상 3~5월은 미국 오렌지 인기 시즌으로 구매 수요가 높지만, 최근 4년간 매해 가뭄, 폭우 등 이상 기후가 이어지며 주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황이 좋지 않았다. 출하량 급감으로 도매 가격 역시 연평균 약 10%가량 지속해서 상승했다. 이에 이마트는 물량 감소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할 것에 대비해 지난해 ‘수요 분산’ 목적으로 미국 만다린(감귤) 신품종을 도입해 국내에 판매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다. 이에 올해는 만다린 물량을 지난해보다 약 10배가량 늘렸고, 가격도 전년 대비 2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의 경우 세계 경제나 정세보다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고, 현대 사회에서 이상 기후 이슈는 앞으로 더 대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산지·물량 확보에서 더 나아가 품질·가격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한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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