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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속 '꿈의 무대' 선 전설을 보다 [골프 트리비아]

◆韓 첫 마스터스 출전 한장상

국내 27개 대회서 14승 쓸어 담고

日오픈 우승 1973년 마스터스 참가

대회장 카메라 반입 불허 규정에

본인도 못 본 사진 작년 우연히 발견

'韓 도전 50돌' 마스터스 6일 개막

1973년 마스터스 대회에서 티샷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한장상. 게티이미지




티샷을 한 뒤 볼을 바라보는 한장상. 게티이미지


한장상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은 한국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1940년생인 그는 국내에서 통산 19승, 일본에서는 3승을 거뒀다. 당대 천하무적이었다. 그가 주로 활동했던 시기 국내에서 한 해 열린 대회는 한국 오픈과 KPGA 선수권 단 2개뿐이었다. 1960년부터 1972년까지 13년간 국내에서는 총 26개의 대회가 열렸는데 한장상은 그 절반이 넘는 14승을 쓸어 담았다.

불멸의 기록도 여럿 남겼다. 1969년 9월 KPGA 선수권부터 1972년 4월 한국 오픈까지 2년 7개월 동안 열린 6개 대회를 싹쓸이했다. KPGA 투어는 역대 최다 연승을 3승(최상호 · 최광수)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한 시즌에 국한된 것이고, ‘진짜’ 최다 기록은 한장상의 6연승이 옳다. 한장상은 한국 오픈(1964~1967년)과 KPGA 선수권(1968~1971년)에서는 각각 4연패를 이루기도 했다. 1964년 KPGA 선수권에서 2위를 무려 18타 차로 제친 것을 비롯해 15타, 13타, 12타 차이로 우승한 적도 있다. 무대가 좁아서 19승에 그쳤을 뿐이지 대회만 많았다면 훨씬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한장상은 한국인 최초로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출전한 인물이기도 하다. 1973년 마스터스에 전년도 일본 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했다. 2003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최경주보다 30년 빨랐다. 그만큼 한장상은 시대를 앞섰다. 마침 올해는 그의 마스터스 출전 50주년인 해다.



2019년에 인터뷰 한장상은 반 세기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이 기억했다. “1973년 마스터스 연습라운드 때 전반을 혼자 치고 후반 10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려고 하는데 누가 자꾸 그린에서 먼저 치라고 하는 거야. 가서 보니 리 트레비노와 치치 로드리게스야. 둘 다 월드컵 같은 대회에서 만나고 잘 아는 사이라 반갑다고 서로 껴안고 난리였지. 다음날은 파3 홀 코스를 돌았는데 치치랑 같이 쳤어. 치치는 주먹만 한 게 골프를 얼마나 잘 쳤는지 몰라.”

약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하면서 한장상은 “과거 사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며 “다른 건 모르겠는데 마스터스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그 이유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오거스타내셔널과 마스터스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었지. 그래서 다른 외국 대회 출전 때와는 달리 카메라를 챙겨가지고 갔어. 화요일 새벽에 도착해서 잠시 눈을 붙인 뒤 골프장에 갔는데 경비가 막는 거야. 카메라 반입이 안 된대. 내가 플레이어라고 했더니 ‘당신이 출전 선수인 건 알지만 허가 받은 사람 외에 누구도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

그러고 보니 한국인 최초로 마스터스에 출전한 역사적인 사진이 지금껏 언론 매체에 보도된 적이 없었다. 그 후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 측에 한장상의 마스터스 출전 의미를 설명하면서 그의 사진 존재 여부를 묻는 e메일을 두어 차례 보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게티이미지에서 ‘그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다. 티샷 전과 티샷 후 그린을 바라보는 모습의 두 컷으로, 짧은 머리의 서른셋 한장상은 풋풋했다.

오거스타의 봄이 50번 오가는 동안 한장상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었다. 사진 하나 찾는 데에 꼬박 50년이 걸렸다. 그만큼 한국골프는 변방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최경주를 지나 김시우, 임성재, 이경훈, 김주형 등 ‘젊은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주류로 스며들었다. 이번주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이자 ‘꿈의 무대’라 불리는 마스터스가 열린다. 한국골프의 마스터스 도전 50년을 맞아 올해는 ‘큰일’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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