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년 전보다 4.2% 오르며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고물가 주범인 석유류 가격이 대폭 하락한 영향이다. 다만 최근 산유국들이 발표한 ‘기습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2%(전년 동월 대비)로 집계됐다. 올 2월(4.8%)보다 0.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개월 연속 둔화세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5월부터 9개월 연속 5%대를 웃돌다가 올 2월 4%대로 내려앉았다.
물가 상승세가 꺾인 것은 유가 덕분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며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4.2% 하락했다. 2020년 11월(-14.9%)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석유류 물가 기여도는 ?0.76%포인트로 올 2월(-0.06%포인트)보다 확대됐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 폭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단 근원물가는 4.8% 올라 2월(4.8%)과 상승 폭이 동일했다. 근원물가는 가격 변동 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및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석유류 가격 안정 등으로 둔화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심의관도 “지난해 상반기 물가상승률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올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뇌관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다음 달부터 일평균 116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된 대규모 감산과는 별도의 조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OPEC+가 발표한 감산량은 글로벌 일일 원유 생산량의 1.5%에 달한다”며 “석유류뿐만 아니라 국제유가와 연동된 천연가스 가격도 뛰어 공공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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