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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증인 나서는 APG

박유경 APG 이사 검찰 측 증인으로 7일 공판 출석

APG 2015년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뜻

‘회사 자산, 대주주 승계 작업 실탄에 사용돼선 안돼’

당시 이 회장, 직접 박 이사 만나…고위인사와도 접촉

부당 합병, 승계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All Pension Group) 고위 간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세계 3대 연기금 운용회사인 APG는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회사 자산이 대주주 승계 작업 실탄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반대 의견을 낸 곳이다. 게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해 직접 APG 측과 접촉한 바 있어 향후 어떠한 증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재·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열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92회 공판기일에 박유경 APG 아태지역 총괄이사가 출석한다. 이날 재판에는 이 회장도 직접 출석한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적으로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이사에 대한 증인 채택은 검찰 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해외 주주가 어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해 박 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APG가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로 객관적 시각으로 증언해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양사 합병에 대해 절차는 투명했는지 또 합병 비율은 정당했는지 등을 묻고자 박 이사를 증인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가 양사 합병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증인으로 공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증언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 공판에서 박 이사의 입에 법조·산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그의 증언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책임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박 이사는 앞서 2015년 6월께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그들(삼성)이 주주들의 우려를 듣고 있느냐”며 반문한 바 있다. 또 “그들이 다리를 불태운 셈”이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APG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율은 0.3%에 불과했으나 전체 운용 자산이 4689억달러 규모에 달해 외국인 주주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졌다.

이 회장이 같은 해 11월께 박 이사를 직접 만난 점도 APG가 해외 주주들에게 미칠 영향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1월 8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박 이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제일모직 합병을 의결하는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합병 법인의 중장기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회동 직후 APG는 당시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 삼성 미래전략실 고위 임원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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