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에 대한 수출 제한을 추진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반도체·항공 등 핵심 산업에서 희토류가 들어간 영구자석의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 국가로 조달처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영구자석은 전력과 자력을 이용해 회전을 일으키는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를 비롯해 항공기·로봇 등 산업 기기와 풍력발전용 터빈, 휴대폰, 에어컨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가전 업계의 관계자는 “네오디뮴으로 영구자석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어서 수출이 금지된다고 해도 대체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등 환경오염 이슈가 있어 단기간에 공급처를 바꾸기가 힘들어 문제가 될 수는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기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에는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으로 만든 영구자석이 다량으로 쓰인다. 중국이 전 세계 네오디뮴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對)중국 수입의존도는 2020년 기준 90%에 육박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출 제한 관련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중국 외 지역에서 공급받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완성차 업계가 희토류를 직접 수입하지 않고 완제품 형태로 들여오는 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중국의 대안으로는 호주·베트남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난해 11월 호주 희토류 기업인 아라푸라와 연간 1500톤의 희토류 산화물을 공급받는 내용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중국이 사실상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조달선을 대체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제한 여부에 상관없이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값싼 광물로 대체하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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