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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4조 '디스플레이 초격차' 투자에도…'이것' 놓치면 위기 [biz-플러스]

■4.1조 '초격차 투자' 과제는

삼성전자·애플, 年1000만장 수준 수요 흡수 여부 관건

'증착 기술' 등 난도 높아…지속 투자로 中추격 따돌려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문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K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4조 1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대폭 늘어나고 있는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에 대응해 생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는 8.6세대 양산에 업계 최초로 뛰어든 것. 전문가들은 “미래를 위한 탁월한 선택”이라면서도 다양한 위기 요인이 앞에 놓여있다며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태블릿 OLED 수요 4년 뒤 10배로…선점 뛰어든 삼성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OLED 패널 생산능력 확대에 뛰어든 이유는 분명하다. 중저가 패널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 기술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시장 성장성 또한 크게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각각 860만 대, 200만 대 수준인 OLED 탑재 노트북, 태블릿은 2027년 각각 1970만 대, 2330만 대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024년에는 애플의 아이패드에 탑재될 OLED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시장이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85.7%에 달한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 글로벌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시장 지배력 확대와 함께 압도적인 기술력을 선보일 기회다. 이 회장은 “아무도 가보지 못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450만→1000만 장 생산, 안정적 수요 확보가 관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IT용 OLED 패널 생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디스플레이는 세대가 높아질수록 더 큰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고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관리도 어려워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설비로 14.3인치 태블릿PC 기준 연간 1000만 장의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6세대 설비를 통해 450만 장 수준의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급격히 늘린 생산량을 소화해 줄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있다. OLED를 탑재한 고가의 프리미엄 IT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애플 정도다. 삼성전자야 모회사니 그렇다 치지만, 현 시점에서 그 외에는 애플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플이라는 든든한 고객을 확보했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었지만, 오히려 지나친 쏠림 현상이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노트북·태블릿 시장이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와 나머지 중저가 브랜드의 경쟁 양상으로 흘러가다 보니 값비싼 OLED를 차용할 업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애플은 탄탄한 고객층이 존재하는 만큼 수요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OLED 제품의 경우 초고가인 탓에 삼성전자·애플 외 다른 업체들까지 수요처가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수율’ 필수지만…초고난도 기술 필요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까지 풀어야 할 기술적 난관 해결도 필수적이다. IT용 OLED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주요 패널 업체들이 8세대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 투자를 망설인 이유이기도 하다. 안정적 수율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객사가 오히려 과거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로 떠나갈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또한 생산 과정에서 가장 핵심인 유기물 증착 기술과 관련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 문제 등으로 증착 방식을 변경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에 앞서 목표한 수율을 달성할 핵심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양산에 들어서면 예상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경쟁사들은 삼성디스플레이에 ‘한 발 밀렸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제 양산 능력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장비로는 8세대급에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충분한 기술 확보가 된 상태겠지만 양산 과정에서 수율 문제가 불거질 경우 오히려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5년 간격 확보로 시간 벌었지만…中, 벌써 맹추격 태세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문성준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윤 대통령,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디스플레이 업계 전반에서 삼성을 추격 중인 중국 업체들과 얼마나 간격을 벌릴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 1000억 원의 투자 발표를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중국 1위 패널업체 BOE는 올해 OLED 출하량을 50% 이상 늘리겠다며 맞불을 놨다.

일단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단 이번 투자로 세계 최초 양산 체제로의 진입을 앞두면서 중국 업체들을 크게 앞서게 됐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로는 2~3년, 양산까지 감안하면 5년 정도의 격차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주요 경쟁사들은 현재 8세대급 이상의 생산 준비를 위한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BOE 정도만 쓰촨성 공장에 8.6세대 라인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수준이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양산은 또 다른 문제다. 양산에 나설 준비를 마친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력 격차보다 실제로 더욱 앞서 있는 이유다.

당장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미래에 대비할 여건을 갖췄지만 중장기로 갈수록 경쟁자들의 도전도 거세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IT용 OLED가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 받으면서 다른 패널 업체들도 속속 8세대급 생산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 선점 효과를 최대한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투자가 필수적인데 그러려면 초기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자칫 허점을 노출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에 추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양산 초기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들의 위협에 대비해 고부가 시장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번 투자 결정은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라면서도 “결국 삼성의 방향으로 다른 패널 업체들이 따라올 것인 만큼 기술 확보를 통해 격차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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