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전화 진료는 한계가 있는 만큼 화상 진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대면 진료 경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화상이 아닌 전화로만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선택실험을 이용한 비대면 의료 소비자 선호 연구’에 따르면 작년 9월 21일~10월 7일 만 19세 이상 국민 9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는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가벼운 질환 증상이 있는 경우 각 300명씩으로 40.6%(365명)가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적 있다고 답했다. 비대면 의료 경험자 중 45.8%는 진료 시간이 5분 미만이라고 답했다. 5분 이상~10분 미만은 39.5%였다. 비대면 진료도 대면 진료와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 진료가 이뤄진 셈이다.
5분 미만 비대면 진료 비율은 환자들의 증상이 유사한 코로나 확진(58.9%)의 경우뿐 아니라 감기(48.9%), 피부질환(50.6%)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높았다. 연구진은 비대면 플랫폼을 이용한 304명에 대해서도 설문 조사를 했는데 5분 미만 진료 비율은 66.8%로 더 높은 수준이었다.
진료 방법은 전화를 통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같은 방식이 진료 시간이 짧은 원인으로 분석된다. 비대면 진료 경험자의 82.5%는 전화 진료를 했다. 화상 진료를 이용하거나 전화와 화상 진료를 함께 이용한 경우는 각각 8.2%와 9.3% 뿐이었다.
보사연은 “전화 진료는 대리진료가 가능해서 위험하며 현장 진찰에서 사용되는 시진·문진·촉진·청진 등 다양한 진찰 기술 중 문진 한 가지만 활용하는 한계가 있다”며 “비대면 진료는 충분한 시진과 문진이 수행되는 화상 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의 도입 추진의 명분 중 하나가 의료 소외계층의 접근성 향상이지만 이번 설문에서는 예상과 달리 농어촌보다 대도시, 고령층보다 30대 후반~40대 초반 연령층에서 비대면 진료의 이용률이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비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비율은 대도시 거주자가 45.6%였고 중소도시는 36.0%, 농어촌은 32.0%였다. 비대면 플랫폼 이용자가 밝힌 비대면 진료 이용 이유(복수 응답)로는 ‘코로나 확진 외출 제한’(41.9%) 다음으로 ‘병원에 방문할 시간 없음’(25.6%)이 많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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