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면서 “반도체 경기는 과거 위기시 최저점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내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일부 완화됐다”고 내다봤다.
KDI는 9일 발간한 ‘4월 경제동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반도체경기의 부진이 심각하다. KDI는 2001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할 정도로 악화돼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41.8% 감소하며 2001년 7월(-42.3%),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감소폭을 기록했고 가동률지수 역시 직전 정점 대비 49.1% 떨어지며 2001년 7월(-44.7%), 2008년 12월(-48.0%)과 유사한 모습이다.
게다가 재고율은 254.2를 기록하며 2001년 7월 247.6, 2008년 12월 204.6을 상회했다. 반도체는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액의 18.9%를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산업의 경기 하락은 수출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1분기 반도체수출은 전년동기대비 40.0% 쪼그라들면서 전체 수출액 감소 -12.6%에 -7.9%포인트만큼 기여했다.
다만 내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며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업생산이 여행수요 확대에 따라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됐고 소매판매 역시 자동차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됐다. 건설투자도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KDI가 2월과 3월에 내수 경기에 대해 각각 ‘소비 회복세 약화’ ‘소비 둔화’로 진단한 것과 비교하면 회복세를 보이는 셈이다. 금융시장 역시 해외 은행권의 부실 사태에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되며 상승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이 반영된 근원물가는 전월과 동일한 4.0%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4월 들어 OPEC+의 감산 합의 등으로 국제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