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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오해보다는 존중과 협력이 필요한 시간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올 2월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거래하며 수출도 많이 하는 기업이었다. 기업의 대표는 위탁 대기업과 납품대금연동제를 10여 년째 시행하고 있으며 원재료 가격 변동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어 경영 안정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려면 연동제가 꼭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납품대금연동제란 원재료 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하는 경우 그 변동분만큼 납품 대금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결코 생소한 개념이 아니며 국내 주요 기업은 물론 해외 선진국의 경우 기업 간 거래 관행으로 정착돼 있다. 미국 노동통계청(BLS), 호주 통계국(ABS), 국제컨설팅엔지니어링연맹(FIDIC) 등 공적 기관은 기업들이 연동제를 원활히 시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의 적극적 노력과 국회의 법제화 논의를 통해 올해 10월 4일 납품대금연동제를 본격 시행한다.

연동제 도입을 앞두고 일부 오해도 있다. 그중 하나는 국가가 사적 계약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올 1월 공포된 개정 상생협력법의 내용은 미국·호주 등의 거래 관행과 다르지 않다. 납품 대금은 정부가 정한 일방적 기준이 아닌 쌍방이 자율적 합의로 작성한 약정서를 통해 정해지며 연동에 관한 세부 사항도 자율적 합의로 정해진다.



또 다른 오해는 연동제의 일률적 적용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개정 상생협력법은 소액 계약이나 단기 계약, 위탁 기업이 소기업인 등 제도의 실효성이 적은 경우, 또 당사자 간 합의한 경우에는 납품 대금을 연동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 탄력성을 부여하고 있다. 기술 정보 혹은 영업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연동제를 원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다.

납품대금연동제 적용을 받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당한 사유 없이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의 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새로운 거래 관행의 도입과 정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처벌보다는 제도를 안내하고 계도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미 전국 지방중소벤처기업청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연동제 안내를 위한 로드쇼를 개최하고 있다. 대기업은 계열사와 협력사를 대상으로, 법무법인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며 연동제 확산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선진적인 거래 관행인 동시에 대·중소기업 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유도해 쌍방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다. 정부는 이의 정착을 위해 업계와 힘을 모아 노력할 것이다. 각 기업의 적극적인 준비와 동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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