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날로 만연하는 마약범죄에 칼을 빼들었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은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800여명 규모의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구성해 마약범죄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경찰·관세청·교육부·식품의약품안전처·서울시는 10일 오전 10시 대검찰청에서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범정부 수사·행정역량을 결집, 특수본을 세워 마약범죄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수본 공동본부장으로는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김갑식 경찰청 국수본 형사국장이 공동으로 자리한다. 인력은 검찰 377명, 경찰 371명, 관세청 92명의 마약수사 전담인력 840명으로 구성된다.
집중 수사 대상은 △청소년 대상 마약공급 △인터넷 마약 유통 △마약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제조 및 유통 등이다.
특별수사본부는 밀수-유통-투약 전 단계에서의 정보 획득과 수사 착수, 영장 신청, 재판 단계까지 기관별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마약 범죄가 의심되는 출입국 내역이나 수출입 통관 내역, 인터넷 마약류 모니터링 결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분석 내용 등 평소 모니터링 자료도 공유해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적발한 마약 밀수·밀조·유통 사범에게는 범죄단체죄를 적용해 재판에서 무거운 형량을 구형해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끌어낼 계획이다. 특히 청소년 상대 마약 공급 사범이나 상습 투약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마약 유통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특별법을 적용해 완전히 박탈할 방침이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마약 범죄 대응 방안도 마련됐다. 특별수사본부는 우선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강남 학원가 사례를 주시해 '기억력·집중력 향상', '수험생용', '다이어트약' 등을 주요 키워드로 검색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 의심 사례를 단속한다.
서울시와 경찰청은 학교, 학원가, 어린이 보호구역을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 6만1000여대를 활용한 24시간 모니터링에 나서고, 마약 범죄 의심자가 발견되면 즉시 경찰청에 정보를 제공하는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학교전담경찰관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관,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 등은 학생 등·하굣길과 학원 이용 시간대 집중 순찰을 할 계획이다.
범정부적 마약 범죄 엄단 의지 천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해 10월 "마약 범죄가 임계점을 넘었다"며 식약처, 관세청, 서울·인천·부산·광주 등 지자체들이 참여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리라고 지시했고, 경찰도 3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벌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마약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왔는데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범죄라는 것이 단시간에 뿌리 뽑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전 부처가 노력해서 검거 인원과 압수물을 늘리면 그만큼 시중 유통이 줄고, 시간이 지나면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검에 따르면 올해 1∼2월 마약 사범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1964명)보다도 32.4% 늘어난 2600명으로 집계됐다. 마약류 압수량 역시 176.9㎏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4% 증가했다. 이 추세면 연간 마약 사범은 사상 처음으로 2만명대가 될 전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해외직구 등으로 마약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10·20대 마약 사범도 증가세다. 전체 마약 사범 중 10·20대 비중은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5년 만에 2.4배로 늘었고, 특히 10대 마약 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4배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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