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큰 규모의 흑자를 내는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징벌적 과세와 적극적 재정 확장 등 전 정부의 경제 운영을 두고서는 ‘비정상’이라고 직격했다.
추 부총리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금의 대중 적자가 고착화되고 추세라고 보지는 않지만 과거에 비해 흑자를 굉장히 많이 보는 시대는 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과거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 상대국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 2월 대(對)중국 무역적자 누적액은 50억7310만 달러(약 6조5950억 원)로 집계돼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적자 상대국이 됐다. 2018년 까지만해도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556억3600만 달러(약 72조3268억 원) 흑자를 냈다.
추 부총리는 “현재 수출의 21~23%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이 하루아침에 5% 등 확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 (산업구조) 자체가 중간재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과 (국제 산업 무대에서) 경합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에 대해서도 “중국의 제조업이 살아나기 시작하면 우리 기업의 수출로도 결국은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상승의) 타이밍이 빨리 오느냐, 시간을 두고 오느냐는 문제는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추 부총리는 이와 관련 올해 1.6%로 전망한 국내 경제 성장과 관련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 향방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다양하다”며 “중국이 과거 처럼 빠르게 반등의 기회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다”며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은 사실상 현재 수준인 1300원 대가 일종의 ‘뉴노멀’이라고 평가했다. 수출 등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고, 대외 신인도 평가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한두달 전 환율이 1200원 대까지 내려갈 당시 ‘이제서야 원화가 제자리를 찾는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오히려 수출 경쟁력을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다”며 “물론 경제 구조가 변해 환율이 높다고 해서 수출에 100%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를 볼 때 지금 수준의 환율은 국내에서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놨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 수장으로서 과거와 비교해 확 바뀌었다고 꼽을 만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경제 정책이나 경제 운영이 기본에서 많이 일탈해 있었다”며 “이를 깨끗이 해서 정상화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대표적인 정책 일탈로 가계부채와 재정확대를 들었다. 그는 “재정 운영 측면과 가계 부채, 집값과 집값에 대한 접근 방식, 경제 운영의 방식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라며 “쉽게 말하면, 문제가 있으면 정부가 직접 개입을 하고, 재정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려 했다. 이에 재정이 한번 물꼬가 터지니까 몇 차례 추경을 하면서 한 해 재정 지출이 거의 15~20% 사이 폭증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재정 지출이 늘어도 이에 대한 경계심이라고 할까, 이런 것이 전혀 없이 ‘왜 돈을 쓰면 안되냐, 뭐가 문제냐’ 는 식의 표현을 당국자들이 스스럼없이 하는 이런 식의 운용은 안된다“며 “지금 경제 운영이 어려운 주요 이유가 하나는 대외 환경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갔던 부분을 놓고 정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GDP(국내총생산) 대비 40% 선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당국 보고에 “40%의 마지노선 근거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국가 채무 기준에 대한 공방이 일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최근 들어 오히려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워낙 (절대적인) 수준이 높기 때문에 여전히 경계를 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부동산도 본질과는 관계없이 엉뚱한 곳에 징벌적 과세를 하는 그런 일탈적인 운영을 바로 잡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일정 부분 재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쳤다”며 “한 해 4차례 추경을 하고 재정 증가율이 18~19% 늘어난 것은 정말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적자, 공공 요금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의 부담을 고려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추 부총리는 “공기업은 특징은 국민과 국가경제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정부가 콘트롤할 수 있는 틀안에 있는 기업이라는 의미”라며 “원유나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있을 경우 민간 기업은 곧바로 에너지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공기업은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고 대신 원자재가 안정됐을 때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두고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정국 운영과 관련돼 대통령이 판단할 부분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면서도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역산하면 늦어도 올해 12월에는 출마자들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12∼13일(현지 시간) 열리는 주요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와 연계해 개최되는 이번 회의에는 G20 회원국과 스페인·네덜란드·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 등 초청국 재무장관, 주요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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