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과 손잡고 1조 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연내 조성해 구조 조정 투자에 나선다. 캠코와 산은·기업은행(024110)·수출입은행이 5000억 원을 펀드에 투입하면 이를 운용할 캠코가 민간 운용사를 모집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추가로 끌어들이게 된다. 금융위는 부실 기업 구조 조정과 인수합병(M&A) 활성화를 겨냥해 펀드 규모를 2027년까지 최대 4조 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기업구조혁신펀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1조 원의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5000억 원을 정책자금에서 출자하겠다며 민간에서 5000억 원 이상을 확보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강석훈 산은 회장과 윤희성 수출입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권남주 캠코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구조 조정 기업에 대한 투자는 높은 위험성으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1조 원, 2027년까지 총 4조 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기업구조혁신펀드 운용은 올해부터 캠코가 새로 맡는다. 정책자금으로 5000억 원의 모(母)펀드를 만든 뒤 총액의 50% 이상을 자(子)펀드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캠코가 1560억 원, 산은이 1495억 원, 수은이 1110억 원, 기은이 835억 원씩 분담했다.
민간 자펀드 운용사 모집·선정 작업은 이달 말부터 시작한다. 자펀드 숫자와 자금 규모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투자는 올 하반기부터 개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정책자금이 민간의 투자 리스크를 낮춰 민간자금을 유치하고 전문 운용사를 육성하는 등 ‘구조 조정 투자시장’을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당초 기업구조혁신펀드는 구조 조정의 주도권을 국책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긴다는 취지로 2017년 말 신설됐다. 지난해까지는 한국성장금융이 국책·민간은행과 기업 등에서 출자받아 모펀드를 만들었다. 성장금융은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1조 490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운용하면서 동부제철과 성동조선해양·명신산업(009900) 등에 자금을 지원해 기업 정상화를 이끌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구조 조정의 주도권이 공기업인 캠코로 넘어갔다. 금융위는 2027년까지 4조 원을 조성할 때는 이번보다 정책자금 투입 규모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추가 조성해 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 조정을 촉진하겠다”면서 펀드를 M&A 활성화 대책으로도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업무협약식 이후 캠코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부산의 조선 기자재 기업 ‘탱크테크’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애로·건의 사항을 들은 뒤 “중소기업이 직면한 자금 애로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 감면 특례 대출, 우대 보증 등 다양한 맞춤형 금융 지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캠코의 신규 자금 지원 범위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 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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