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손자회사인 쿠팡파이낸셜을 통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뛰어들며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최초로 여신전문금융업(캐피털)에 본격 나섰다. 이를 통해 ‘로켓배송’에 필요한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수직 계열화를 통해 배송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 등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아 쿠팡파이낸셜의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 개시가 가져올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금융 계열사 쿠팡파이낸셜과 올해 2월 1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자동차 할부금융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총 35억 원으로, 이자율은 7.85%, 만기일은 2026년 2월 21일이다. 해당 계약은 쿠팡의 로켓배송에 필요한 물류 차량을 쿠팡파이낸셜이 자동차 할부금융 형태로 공급하기 위해 진행됐다. 기존에는 현대캐피탈 등 외부 금융사와 자동차 할부금융 계약을 맺고 쿠팡카나 간선 차량 등 배송에 필요한 물류 차량을 공급해왔는데 앞으로는 일부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쿠팡파이낸셜이 시범적으로 시작한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는 쿠팡이 상품 매입, 판매, 배송 등 유통 전 과정에 거친 사업 영역을 수직 계열화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최근 직매입뿐만 아니라 입점 판매자 상품까지 로켓배송으로 배송하는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출시했고, 지역 곳곳에 새로운 대형 물류센터 건립이 예정된 터라 상품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 친구(배송원)와 쿠팡 카(배송 차량) 등 물류 인프라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금융사를 통하지 않음으로써 파생될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일례로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지난달 현대캐피탈과 약 196억 원 규모의 차량 리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쿠팡파이낸셜의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 규모가 커지면 이 같은 비용을 계열사 내에서 부분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매 분기 막대한 적자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3분기 약 1037억 원, 4분기 약 1133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다만 캐피탈 업계에서는 쿠팡파이낸셜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이 현재로서는 큰 파급력을 갖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채권 발행 등 폭넓은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현재 쿠팡파이낸셜의 자금 조달 창구는 모회사인 쿠팡밖에 없기 때문이다. 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경쟁에 뛰어들려면 배송 차량에 그치지 않고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하는 데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들어 캐피털 시장이 녹록지는 않다”며 “쿠팡의 경우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체적인 자금 조달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사업 확장이 제한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쿠팡은 100% 지분을 보유한 금융 계열사 쿠팡페이의 자회사로 ‘쿠팡파이낸셜코퍼레이션(CFC) 준비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6월 쿠팡파이낸셜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어 8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상 할부금융업 인가를 받고, 9월 사업 목적에 ‘할부금융업’을 추가하며 금융업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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