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지역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피해 주민들과 소방관 등에게 무료 커피와 대피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 눈길을 끈다.
강릉시 강문동의 한 카페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방관 및 경찰관 등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씨는 또 화재 피해로 대피공간이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고도 적었다.
강문동 카페의 주인은 “화재가 심해 돈을 벌겠다고 장사를 하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아 남편이랑 상의해서 작은 도움을 주기로 했다”며 “오전에 경찰관 10여명이 와서 무료로 과자와 커피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카페 주인의 남편은 의용소방대 활동을 해 이날 카페 영업 대신 산불 현장에 나가 진화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이어 그는 “오늘 화재로 시어머니 집과 그 주변이 다 탔다. 나와 가까운 이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화재가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라며 “현장에 나가신 분들과 주민들 모두 힘든 상황인데 큰 피해 없이 화재가 진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시 유천동에서 한 반려견 동반 카페 또한 이날 SNS에 화재 피해 주민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유천동 카페 주인은 “(지자체 등에서 마련한) 대피소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있으면 눈치가 보일 수 있으니 편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렸다”며 “화재 피해가 심각한 상황인데 주민들이 아무 부담 없이 와서 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8시22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면서 민가로까지 피해가 번지며 8시간만에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총 100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택 42동·펜션 9동, 상가 2곳, 차량 1대, 교회시설 1곳이 전소됐다. 또 주택 17동·펜션 25동, 호텔 3동, 문화재 1개소(강릉 방해정)가 부분 소실됐다. 인명 피해는 총 12명으로 단순 연기흡입이 11명, 손가락 골절이 1명이다. 진화하던 소방관 2명도 눈, 가슴 등을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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