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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한국판 NASA’ 만들려면

고광본 선임기자

우주청, 범부처 통합조정엔 역부족

軍도 포괄 컨트롤타워 될지 의문시

'대통령이 우주委 주재' 명문화 등

여야 '우주 백년대계' 머리 맞대야

고광본 선임기자(부국장)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초 경남 지역 대선 공약으로 이른바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설립을 공약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는 사천에 항공우주청의 본부를 두겠다고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있는 대전에서 강력 반발했다. “머리가 아닌 손발이 있는 곳에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었다.

입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우주항공청은 우주 연구개발(R&D)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선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위성과 발사체 등 우주 분야는 과학기술 혁신, 미래 성장 동력 확충, 국가 안보를 위한 핵심 전략 기술이다. 특히 미중 패권 전쟁에 따른 신냉전 시대를 맞아 국방 우주 발전의 중요성이 떠오른다. 북한이 13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기동성이 뛰어난 고체연료 방식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일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도 심상치 않다.

결국 우주 발전을 위해서는 R&D, 뉴스페이스, 국가 안보 등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과연 특정 부처의 외청이 국방부·국가정보원·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외교부·교육부 등 범부처 통합·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올가을 ‘제5회 서경우주 포럼’을 개최할 서울경제신문은 그동안 매년 열린 우주포럼에서 우주 컨트롤타워 설립을 주창하며 부처 간 높은 칸막이와 조직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국가우주위원회를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일부 상설기구화하자는 제안도 이런 맥락에서 내놓았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과기정통부 외청 형태로 우주항공청을 두기로 한 특별법을 통과시킨 뒤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1년 넘은 논란 끝에 대선 공약대로 ‘마이 웨이’를 한 것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즉각 국가우주위 산하에 장관급 우주전략본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해 맞불을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특별법에 대한 기업과 군·정부·대학·연구소 측의 냉소적 반응이 적지 않다. 기업은 우주 R&D 기관이나 군에서 기업에 우주 물량을 찔끔찔끔 용역 줄 게 아니라 미국처럼 프로젝트 자체를 통으로 계약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창업 초기 네 번 만에 위성 발사에 성공한 뒤 재사용발사체 아이디어로 나사에서 약 3조 원의 물량을 수주하며 오늘날 세계 최고의 우주 기업으로 컸다. 군 안팎에서도 범부처와 군을 포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내심 볼멘소리가 많다. 최근 대전 계룡대 공군 우주센터를 탐방했는데 파견이나 자문 요청이 전혀 없다고 아쉬움을 표한 게 단적인 예다. 이런 상황은 육군·해군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국회에 던져졌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외청 형태의 우주 컨트롤타워를 고집한다면 ‘대통령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가우주위를 주재한다’고 특별법에 명시해 여야가 타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윤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장을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시켜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혔으나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20여 개나 된다. 전 정부에서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나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를 대통령이 한두 번 주재하는 데 그쳤다.

우주항공청이 직접 R&D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항우연과 ADD, KAIST 인공위성센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기계연구원의 일부 등 우주 R&D 기관 간 미흡한 협력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도 과제다. 군만 봐도 공군과 육군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주 주도권 다툼을 조정하는 것도 숙제다.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우주 컨트롤타워에 족쇄를 채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미국·중국·유럽·일본·러시아·인도 등 우주 선도국을 따라가려면 ‘우주 백년지대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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