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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또 동결인데 인상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 [뒷북경제]

李 총재 "시장 과도하게 반응, 금통위 중론"

완화 전환 기대한 시장 우려한 금통위 대변

근원물가 여전히 높아 수요 측 압력 남아

현 경기 수준 양호하고 반도체도 점차 회복

물가 하락세에 5월까진 동결 기조 이어질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습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전월(4.8%) 대비 큰 폭 하락한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 불안이 확산하는 만큼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시장에서도 예상했던 바입니다. 2월 동결 당시에도 언급했듯이 정책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물가나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판단하자는 것이 금통위의 입장입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과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돼 단기금리인 통화안정증권 90일물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과도한 반응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금융통화위원도 5명이나 최종금리를 3.75%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이번 간담회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동결하면서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물가는 점차 떨어지는데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금리를 더 올리긴 힘들 것이란 분석입니다. 심지어 경제가 급격히 악화돼 연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이 총재의 간담회 발언을 보면 많은 금통위원이 이러한 시장 기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이 총재는 “금융시장의 금리 인하에 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응을 말씀드리면 금통위원 중 많은 분이 시장의 기대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총재는 “해외 통화정책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 돼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면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하는 등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여러 차례 대변했습니다.

총재의 금통위 간담회 자체가 금통위원들을 대표해서 발언하는 자리이지만 이번엔 특히 시장 기대와 관련한 언급에 대해선 많은 금통위원의 뜻임을 강조했는데요. 실제로도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의 긴축 기조보다 완화적인 시장 기대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2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조윤제 금통위원은 당시 “금융시장 상황은 그동안 한국은행이 지속적 금리 인상을 통해 의도해온 긴축 기조에 비해서 완화적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그렇다면 금통위원들이 완화적인 시장 기대를 경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은이 금리를 올린 이유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인데 시장이 너무 앞서갈 뿐만 아니라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완화 기대가 커지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아 물가 안정에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다시 이번 간담회를 살펴보면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고 물가가 충분히 2% 수준으로 수렴되는지를 보고 결정해야 하고 현 상황이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단기금리인 통안채 90일물이나 국채 1년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근원 물가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 4.8%에서 3월 4.2%로 하락했으나 식료품 에너지 제외 물가 상승률은 4.0%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비해 둔화 속도가 느리다는 특성도 있지만 가계 소비 여력이 크게 둔화되지 않은 영향도 있습니다. 한은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하나 더 국내 경기도 변수로 볼 수 있습니다. 한은과 시장의 전망이 갈리는 가장 큰 지점이 경기인데요.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한 1.6%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면서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성장률은 견조해 금리 인하로 대응할 정도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총재는 “반도체 가격은 물론 예측하기 어렵지만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금통위원 다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중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 인상이나 국제유가 등으로 하반기엔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금리 인상을 끝내는 건 성급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기저효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만큼 5월 금통위까지는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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