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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 2만원만"…수도요금 낼 돈도 없었다

[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3번째 사망]

극심한 생활고에 단수 예고까지

정부 지원방안 2차례 발표에도

긴급주거 실제 입주율 3% 그쳐

"경매대금 대출 등 실질 대책을"

피해자들 오늘 전국대책위 출범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 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전 2시 12분께 이곳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으나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앞서 인천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천=연합뉴스




이른바 ‘인천 건축왕’으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청년 1명이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틀 만에 또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인천 전세사기로 유명을 달리한 2030 피해자는 3명으로 늘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 방식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2분께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A 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른바 ‘인천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로 확인됐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까지 어머니에게 “2만 원만 빌려달라”고 요청하거나 수도세 6만 원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 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하면서 보증금을 9000만 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A 씨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지난해 6월 전체 약 60세대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A 씨의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 보증금이 8000만 원 이하여야만 최우선변제금 2700만 원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증금을 9000만 원으로 올렸던 A 씨는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했다. 같은 이유로 2월 28일과 지난달 14일에도 A 씨와 같은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20~30대 피해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 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앞 쓰레기봉투 안에 수도 요금 독촉장이 놓여 있다. 인천=연합뉴스




전세사기 문제가 공론화되고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했음에도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느슨한 정부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피해 임차인이 신속하게 저리 대출, 긴급 주거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경매 절차가 끝나야만 받을 수 있던 전세사기 피해확인서 발급 시기를 앞당기고, 피해자가 보증금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주 주택을 경·공매에서 낙찰받아도 청약에서 ‘무주택자’로 인정해 생애최초 주택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입자가 거주하던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 해당 주택에 부과되는 당해세(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를 정부가 양보하고 피해자가 우선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 지원이 아닌 대출 혜택, 청약가점 등은 자금난에 빠진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 피해자가 전세대출 지원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소득·자산 기준이 까다롭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긴급 주거 임대주택의 주거 환경이 도심과 먼 나 홀로 주택 등이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인천에 있는 긴급 주거 임대주택 238가구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입주한 세대는 8가구(3.36%)에 불과했다. 지난달 초 피해대책위가 추산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빌라·아파트만 118개 동 3131세대에 달하는데 이 중 긴급 주거 지원을 받은 세대는 극소수인 셈이다.



건축왕 사기 피해자들은 거주 주택의 경매를 당장 중지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경락 대금 대출을 해주는 등의 실질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세사기대책위에서 실무 지원을 맡고 있는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소득 기준이라든가 주택 가입 기준 등이 빡빡해 맞벌이를 하는 2030 청년들 대부분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이 경매에서 피해 주택을 낙찰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경락 대금 대출을 검토하는 등 대책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18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피해 주택의 경매가 진행되지 않도록 최근 경매 매각 기일 변경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캠코 관계자는 “캠코 관리 주택의 경매 피해자에 대해서는 정부 대책이 나올 때까지 경매 매각 기일을 계속해서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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