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18일(현지 시간) 경구용 임신중절약(낙태약) '미페프리스톤' 판매를 금지한 텍사스주 연방법원의 판결 집행을 21일까지 일시 중지시켰다. 20여 년간 판매된 낙태약에 대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돌연 취소시킨 판결을 놓고 백악관은 물론 미전역에서 반발이 일자 재검토에 나선 모습이다.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은 이날 종료 예정이었던 일시 중지 명령 기간을 21일 자정까지로 연장했다. 14일에 하급심의 판결을 검토하기 위해 한 차례 집행 일시 중지 명령을 내린 뒤 재차 검토 시간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낙태권 근거 판결을 뒤집는 등 보수적 성향을 드러낸 연방대법원이 재검토에 나선 것은 현재 해당 판결을 놓고 하위 연방 법원 간에도 판단이 엇갈리며 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FDA의 승인을 받은 미페프리스톤은 사실상 미국 내 유일한 경구용 낙태약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뒤 일부 주에서 낙태 수술이 금지되며 그 대안으로 수요가 치솟은 상태다.
하지만 7일 텍사스주 연방법원이 이 약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며 논쟁이 시작됐다. 낙태를 반대하는 '히포크라테스 의사 연합'이 지난해 11월 극보수 성향의 매슈 캑스머릭 텍사스 연방법원 판사에게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FDA 승인을 취소하고 전국적으로 시판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낸 결과 이같은 판결이 나왔다. 이에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200명의 미국 제약사 임원들은 미페프리스톤 승인 취소와 관련해 캑스머릭 판사에게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상태다.
미 법무부도 즉각 "기이하고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10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제5연방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제5연방항소법원이 12일 낸 판결에서 FDA의 승인 결정은 유지하되 사용 규제를 완화한 2016년 조치(△ 사용 기한 임신 7주 내 → 10주 내로 연장 △원격 처방·우편 판매 허용 등)는 철회해야 한다고 결정하며 혼란이 가중된 상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항소법원의 ‘반쪽짜리’ 판결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항소법원 판결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면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몇 달에서 몇 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긴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 ‘낙태권 폐기’ 판결에 이어 낙태약이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외신은 캘리포니아주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있는 주정부들은 텍사스 연방법원의 판매 금지 결정이 법적 효력을 내기 전에 미페프리스톤을 대량 구입해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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