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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10대 3명 사망…'베르테르 효과' 우려

청소년 정신건강 10년 만에 최악

지난해 28.7%가 우울감 경험

3명 중 1명 '자살 생각해봤다'

"또래에 영향…심리 지원 필요"

교육부, 예방지도 지침 배포





서울 강남에서 닷새간 3명의 10대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또래 집단 사이에서 ‘베르테르 효과’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가운데 가뜩이나 신학기를 맞아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 A(14)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베란다에서 사람이 투신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현장에서 상태를 확인한 뒤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은 모두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에는 강남구 역삼동의 건물에서 여고생 B 양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실시간 방송을 켜놓은 채 숨져 충격을 안겼다. 이 학생이 투신해 사망한 배경에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가 있었다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17일에도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 C 군이 같은 학년 여학생을 흉기로 찌른 뒤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청소년 정신 건강이 악화하는 추세는 여러 조사에서 객관적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2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아동 청소년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살 생각 여부 및 이유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5.6%, ‘가끔 생각한다’ 27.9%로 나타났다. 33.5%에 달하는 청소년이 자살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아동 청소년 사망 원인 1위인 자살률 역시 2015년 이후 증가세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 청소년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10만 명당 2.7명을 기록했다. 특히 12~14세 청소년의 경우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크게 뛰었다.

14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년 학생 건강 검사 및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청소년의 정신 건강 관련 수치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악화했다. 지난해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의 비율은 28.7%로 2013년(30.9%) 이후 가장 높았다. 교육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최근 잇따르는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현재 위기 관심군에 속한 학생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 대한 예방 지도를 강조하는 자료를 빠른 시일 내에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의 극단 선택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베르테르 효과’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 등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이를 모방하는 현상을 말하지만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자살 사건이 이어질 경우 또래 집단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또래 집단에서 극단 선택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SNS 등 미디어를 통해 우울감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한선 자살예방협회 기획위원장(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은 “극단 선택 등에 대한 위험한 영상이 청소년이 많이 보는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청소년에게 적절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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