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민간 기업들이 줄줄이 달 착륙을 포함한 탐사 임무에 도전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현대차그룹도 달 로버(지상 탐사차량) 개발에 착수했다. 인공위성을 포함한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 탐사 분야에서도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의 우주 상업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25일(현지시간) 일본 우주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의 민간 첫 달 착륙 시도를 포함해 2026년까지 6개 우주기업이 10여개의 크고 작은 달 착륙 임무를 준비 중이라고 전하며 “이것은 달 탐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과거 지구 저궤도에서 인공위성·우주발사체(로켓)·위성통신 등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며 우주탐사 기술의 발전을 가져온 것처럼, 달 역시 다수 기업들의 본격적인 상업화 경쟁을 통해 개척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이처가 소개한 사례 대부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민간 달 탐사 지원 프로그램(CLPS)의 일환으로,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민간 달 착륙 임무는 10여개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달은 희귀자원 채취, 화물 수송, 장거리 우주통신, 심(深)우주 탐사용 지상기지와 우주정거장 건설 등에 수반되는 인프라는 물론, 약한 중력 덕분에 고순도 합성이 가능한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안정적인 지상 착륙 기술이 필요하지만, 지표면으로 떨어질 때 감속하기 위한 연료를 자체적으로 실어야 하는 만큼 탐사선의 중량과 발사 난이도가 커질 수밖에 없고 지구 기지국에서의 정교한 원격 제어기술까지 요구돼 국가가 아닌 민간 영역에서는 아직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가운데 아이스페이스가 이달 25일 착륙선 ‘하쿠도-R 미션1’의 월면 착지에 도전한다. 성공할 경우 세계 최초의 달 착륙 기업이 되고 일본은 미국·소련·중국에 이어 세계 4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된다. ‘하쿠도-R 미션1’은 지난해 12월 지구에서 발사돼 한국 달 궤도선 다누리처럼 연료를 아끼기 위해 먼 거리를 우회하는 경로를 따라 4개월 간 항행했다.
미국 기업 애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머신즈가 연내, 이후에도 파이어플라이·드레이퍼·스페이스IL 등이 2026년까지 달 착륙 임무를 추진한다. 각각 아이스페이스와 애스트로보틱 착륙선에 로버를 탑재한 아랍에미리트(UAE)와 멕시코도 탐사에 참여한다. 스페이스IL은 2019년 세계 최초의 달 착륙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스라엘 기업으로, 2025년 재도전에 나선다.
그외 글로벌 대기업 록히드마틴은 지난달 말 자회사 ‘크레센트 스페이스 서비스’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달 인프라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달에서의 탐사와 상업 활동에 필요한 위성통신망을 구축하고 여러 국가·기업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NASA의 유인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목표 시점과 비슷한 2025년 서비스를 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에서는 이달 20일 현대차가 우주로의 사업 확장을 위해 달 탐사 로버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달 남극부 착륙에 이은 광물 채취, 환경 분석 등의 과학 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한국천문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6개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공동 개발한다. 내년 하반기 모형 제작을 완료하고 2027년 실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대 중량은 70㎏이고, 태양광 충전·현대차그룹의 자체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300도 이상의 일교차를 견디기 위한 내구성 유지 등의 기능을 탑재한다.
국내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는 NASA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 착륙선에 들어갈 탑재체인 자기장 측정기 개발에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참여한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약 2조 원을 들여 누리호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후 2032년 첫 달 착륙선을 자력 발사하는 계획이 추진 중인데, 여러 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은 2032년 약 1000조 원 규모를 이룰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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