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된 벤처캐피탈(VC) 대부분이 1년 전에 비해 시가총액이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투자 시장의 침체 속에 투자 기업들의 몸값이 급락하면서 수천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는 지난해 4월 7700원 수준이던 주가가 21일 4630원(종가)을 기록했다. 시총은 1400억 원에서 836억 원으로 줄어 1년 만에 5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스톤브릿지는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실적도 악화됐다. 스톤브릿지의 작년 매출은 2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줄었고 영업이익은 71% 감소한 78억 원에 그쳤다.
특히 스톤브릿지의 투자 기업인 차이코퍼레이션과 패스트트랙아시아, 데이원컴퍼니(옛 패스트캠퍼스) 등이 경영난 혹은 기업공개(IPO) 추진 등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들 세 곳은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공범이라는 의혹에 휩싸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회사들이다.
컴퍼니케이(307930)와 TS인베스트먼트(246690)도 지속된 주가 하락에 시총 1000억 원 미만의 스몰캡(소형주)으로 전락했다. 컴퍼니케이는 지난해 4월 977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21일 6130원으로 마감해 시총은 957억 원이다. TS인베 주가도 21일 1725원으로 1년 만에 34% 하락해 시총이 국내 상장 VC 중 가장 적은 6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상장 VC 중 유일하게 적자를 냈던 SBI인베스트먼트(019550) 역시 지난해 4월 19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가 지금은 40% 이상 떨어진 1119원으로 추락해 시총도 3128억 원에서 1814억 원으로 줄었다. 3월 29일 상장에 성공해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LB인베스트먼트(309960)조차 벤처 투자 시장의 침체가 확연하다는 소식에 상승세가 꺾여 2000억원을 넘던 시총이 1326억원으로 급감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241520) 등 지난해 탄탄한 실적을 거둔 곳들도 악화된 시장 상황에선 속수무책으로 보인다. 에이티넘은 투자 대박을 냈던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최고 수준에 비하면 4분의 1토막이 나면서 1년 전 2357억원에 달하던 시총이 1282억 원(21일 기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다만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와 우리벤처파트너스(298870)는 든든한 모회사 프리미엄으로 최근 주가가 약세 수준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VC 대표는 “본업이 벤처 투자다 보니 스타트업들의 가치 변화가 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면서 “벤처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으로 투자 기업의 사후관리를 강화하며 유망 스타트업 발굴 노력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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