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의 실적이 전장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집중 공략 효과로 올초부터 기존 증권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LG전자는 앞으로 소비자·기업 간 거래(B2C) 위주였던 가전 부문에서도 B2B 사업을 강화해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실적 체계를 수립할 계획이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20조 4178억 원, 영업이익 1조 4974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직전 1개월간 증권사 11곳이 전망한 영업이익 평균치 1조 2405억 원보다도 20.7%나 많았다.
증권가는 나아가 LG전자가 1분기 ‘깜짝 실적’을 넘어 올 한 해 내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올 한해 영업이익은 4조 3860억 원으로 지난해 3조 5510억 원보다 23.5%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 8711억 원으로 올해보다 규모가 더 크다.
이 같은 호실적을 이끌어낸 요인으로는 워룸(War Room) 태스크포스(TF) 운영과 B2B 사업 집중 전략이 첫손에 꼽힌다. 워룸 TF는 지난해 말 사업 부서와 본사 조직 구성원 일부를 차출해 만든 조직이다. 단기 비용 절감과 장기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실행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워룸 TF는 사업구조 개선, 체질 변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B2B 공략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투자 업계는 올해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약 16%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B2B 사업은 통상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보다 상대적으로 경기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표적인 B2B 사업인 전장(VS)사업본부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액 10조 원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목표 달성시 지난해 8조 6496억 원 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셈이 된다. 수주 잔고는 올 연말이면 1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과 로봇 부문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이들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B2B 사업들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 지분을 인수하며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올 초 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라인도 구축을 완료했다. 로봇 사업의 경우 안내·물류·서빙·살균 등 여러 LG 클로이 라인업을 앞세워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전장 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순항하는 가운데 로봇,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신규 사업까지 본궤도에 진입하며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사업이자 B2C 영역에 해당하는 생활가전(H&A사업본부)과 TV(HE사업본부) 사업에서도 최근 들어 B2B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가전 부문에서는 히트펌프, 전력저장장치(ESS)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며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 규제가 심해지면서 고효율·친환경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을 조기에 포착한 성과다. TV 사업에서는 스마트 TV 운영체제 ‘웹OS’를 앞세운 콘텐츠·서비스 사업이 또 다른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제품 판매 시점에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전통적인 TV 사업과 달리 콘텐츠·서비스 영역은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점차 고도화되자 LG전자의 주가도 벌써 연초 대비 30% 가까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1월 2일 8만 6400원이던 LG전자의 주가는 같은 달 27일 10만 원을 돌파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지난달 말 자사주 2000주를 장내 매수하며 기업·주주가치 제고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 사장은 사업 모델을 꾸준히 변화시켜 질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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