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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채 중 4채 매매가보다 높게 전세 거래…'시한폭탄' 우려

[1분기 수도권 빌라 전수조사]

'빌라왕' 사건에도 '깡통'거래 여전

서울 화곡동 등 '무갭' 매물 수두룩

화성·평택 전세가율 90~100%에

아파트서도 '갭투자' 다시 고개들어

실거주 의무 폐지땐 더 늘어날수도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활동했던 ‘빌라왕 김 모 씨’ 사망으로 전세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전세가율 100%에 육박하거나 심지어는 웃도는 거래가 일부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깡통 전세’로 세입자들은 2년 뒤 계약 기간 만료 시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인천 미추홀구, 동탄 신도시 등 전국에서 잇따라 전세사기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거래도 사실상 ‘예비 전세 사고’나 ‘예비 전세사기’로 보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사기의 타깃으로 꼽히는 빌라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고했다.

23일 서울경제가 공간 인공지능(AI) 기업인 빅밸류로부터 받은 올 1분기 수도권의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2만 2922건 중 3.80%(873건)가 전세가율 100%를 초과해 거래됐다. 전세가율은 실거래가 또는 빅밸류가 자체 AI를 이용해 산출한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지역별로는 전세사기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 7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강동구 천호동(36건), 서울 양천구 신월동(24건),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23건), 서울 양천구 신정동(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세가율이 100%를 웃도는 경우는 일명 ‘깡통 전세’로 분류되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마이너스 갭투자’ 혹은 ‘플피(플러스 프리미엄)’ 투자라고 부르며 의도적으로 매수한다. 예를 들어 현재 1억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주택을 9000만 원에 매수하며 오히려 매도자로부터 1000만 원을 받거나 9000만 원에 매수한 주택을 1억 원에 전세를 놓는 방식이다. 매수자는 무자본이나 소액, 혹은 오히려 돈을 받고 주택을 사게 되는 셈인데 이들은 나중에 집값이 전세가를 웃돌 정도로 올라 차액을 챙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문제는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다. 이 경우 집주인은 집을 팔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런 거래는 대부분 전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집값이 오르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갭(전세가=매매가)’ 등을 내세워 홍보하는 매물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린 인천 미추홀구와 서울 화곡동에서는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를 진행한다’거나 ‘무갭투자’ ‘갭 100만 원’ 등을 내세운 매물이 나와 있었다.



다만 전세가율이 100%를 웃도는 모든 거래를 전세사기나 전세 사고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매 직전 혹은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에 매매가 이뤄지면서 매매가가 전세가를 밑돌거나 일시적으로 전세 수요가 급증한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전세사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같은 주택의 전세 계약 만기가 다가올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갭 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는 아파트도 더 이상 전세 사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실거래가앱(아실)에 따르면 23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아파트 갭 투자가 이뤄진 지역을 살펴보면 경기 화성시(100건)가 가장 많고 그 뒤를 경기 평택시(66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65건), 인천 연수구(64건), 경기 시흥시(63건) 등이 이었다. 문제는 아파트에서도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거나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플피’ 거래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성시는 최근 오피스텔 전세 사기가 불거진 동탄 신도시가 속해 있는 곳이다. 전세사기 대책을 세우고 있는 사이에 최근 화성시의 2억~3억 원대 아파트를 상대로 ‘갭투’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올 2월 3억 원짜리 ‘병점역 에듀포레’ 아파트 전용면적 74㎡를 2억 7000만 원의 전세를 끼고 갭 3000만 원으로 매매한 것이 대표적이다. 화성시 내 갭 투자 거래는 전체 매매 거래 가운데 4.3%의 비중을 차지했다.

평택시에서는 -1500만 원의 갭으로 ‘플피’에 매매된 사례도 나왔다. 도시형생활주택인 서정벨루스하임 전용 26㎡은 올 1월 9500만 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는데 3월에 1억 1000만 원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이밖에 1000만~2000만 원대 갭으로 2억 원 이하 아파트에 갭투한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 시흥시에서는 400만 원대로 갭투한 사례도 속속 등재됐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도 더 이상 전세사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빌라 등 특정 상품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전세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살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파트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손 놓고 있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계류 중인 분양권상한제 주택에 대해 실거주 의무를 면제해주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 같은 갭투를 더욱 부추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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