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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위반 대표 첫 법정구속…기업 ‘오너’ 책임도 물을까?[서초동 야단법석]

한국제강 대표 징역 1년 선고받고 법정 구속

"모든 산재사고에 경영진 책임 묻는 건 과도"

경영진 구속 반복되면 위헌성 논란 커질 수도

산재 추모의 날인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고(故)김용균 노동자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권영국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제강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해 법원이 원청 대표를 법정 구속하면서 앞으로 관련 재판을 앞둔 경영진의 부담이 커졌다. 일각에선 사고 예방 의무를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너 일가에도 예외일 수 없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처벌 조항과 의무 규정이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 논란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대표 A씨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원청 대표가 구속되기는 지난해 1월 법이 시행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재판부가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인 경영진을 형사처벌 대상자로 지목하면서 앞으로 관련 사고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하고 있다.

한국제강 사건에서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반복된 산재사고에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한국제강 사업장은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여러 차례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고 2021년에는 산업재해로 사망사고도 발생했다”며 “사망사고를 계기로 실시된 사업장 감독에서도 또 다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제강은 2010년 6월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합동 점검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벌금이 부과되는 등 2021년까지 네 차례 적발된 전력이 있고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관련법 위반으로 두 차례나 적발됐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기간이던 2021년 5월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재판이 진행 중인 2022년 3월 한국제강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한국제강 측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할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년간 주어진 법 시행 유예기간 등 그동안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할 준비 기간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적발 내역, 처벌 전력을 종합하면 한국제강 사업장에는 근로자 등 조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A씨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만큼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1심 선고를 받은 뒤 법정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재판 결과로 기업들의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국제강 사건을 통해 하청 노동자의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원청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 현장에 적용되며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1호 선고 사건'인 온유파트너스의 경우 법원이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추가적인 산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더 이상 법정 구속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한국제강을 포함해 총 14건이다. 대부분이 대표이사나 그룹 총수가 책임자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외에도 현대제철, 쌍용C&E 등 산재사고가 발생한 대기업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삼표산업의 산재사고의 경우 그룹 오너가 기소된 첫 번째 사례로도 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표산업 산재사고는 2022년 1월 소속 노동자 3명이 채석장에서 무너진 토사에 매몰돼 사망한 사건으로 그룹 오너까지 구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법인 중심 류재율 변호사는 “삼표산업은 사망자 수도 많고, 검찰 공소장에서 오너의 과실부분을 적시하고 있어서 만약 재판에서 오너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한국제강보다 더 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석담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한국제강은 하청업체에 대한 산재예방 평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하청 근로자의 사망에 원인이 됐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원청 대표를 법정구속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정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기업들, 특히 하청업체 사고비율이 높은 건설업체들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등에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재계에서는 수많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산재사고에 대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입장이다. 건설업종을 비롯해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기업은 오너가 모든 책임을 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추후 관련 재판에서도 중한 처벌이 나올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대표이사가 기소된 두성산업은 1심 재판부인 창원지법에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두성산업 측은 중대재해법의 모호성을 두고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올 때까지 관련 재판 선고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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