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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치유 콘크리트'로 건물수명 연장…중고거래 늘려 폐가구 줄여[기업 품격 높이는 ESG 경영]

<1> 순환경제, 선택 아닌 필수

유진·삼표 등 주요 레미콘 기업

스스로 균열 고치는 콘크리트 개발

도료업계는 부식 방지 제품 선봬

현대리바트, 업계 첫 중고 플랫폼

연간 264톤 탄소배출 감축 효과





유진기업 관계자들이 지난해 주거 건축물을 대상으로 '자기치유 콘크리트' 상용화에 처음으로 성공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유진기업


‘순환경제’ 패러다임이 경제·산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산성만을 중시하는 기존 ‘생산-소비-폐기’의 단선적 선형경제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자원 고갈, 환경오염, 폐기물 처리 등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전체 폐기물 중 건설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폐기물 자체를 줄이고 순환자원 사용을 늘리는 것이 건설 업계는 물론 건자재 업계의 화두다.

국내 기업들도 순환경제 시스템에 잇달아 동참하고 있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사용 연한을 늘린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뿐만 아니라 한 번 사용한 물건을 다시 재활용하기 위한 구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으로 이어져 기업 스스로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익성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의 평균수명은 약 27년으로 미국(72년), 일본(54년) 등에 비해 짧다. 미국의 3분의 1, 일본의 2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건물 수명이 짧으면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건설폐기물은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건설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폐기물을 줄이려면 건물의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물론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건설·건자재 업계는 이 같은 공감대를 기반으로 건물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유진·삼표 등 주요 레미콘 기업들이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자기치유 콘크리트’가 대표적이다. 자기치유 콘크리트는 건물의 부식이 통상 철근 콘크리트에서 발생한 균열로 시작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제품으로 유·무기계 재료, 박테리아 등이 함유돼 균열이 생겼을 때 스스로 이를 보강한다. 유진기업(023410)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고, 삼표산업도 최근 기술 개발을 끝마쳤다. ‘슈퍼 콘크리트’로 불리는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UHPC는 일반 콘크리트 대비 압축 강도가 5배 높고 수명도 약 200년에 달한다. 현재 비싼 가격 등 현실적인 문제로 건설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기능성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인트 업계도 콘크리트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도료를 개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콘크리트에 도막을 형성해 부식 반응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또 발수 기능도 높여 수분 침투를 억제해 콘크리트 부식을 방지하기도 한다. KCC(002380)·노루페인트(090350)·삼화페인트(000390) 등 주요 페인트 업계는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명 연장 제품들은 장수명 건축물의 보조재와 같은 역할”이라며 “콘크리트 건축물 노후화를 방지해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이끌 수 있고 폐기물과 탄소 배출량을 줄여 ESG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용한 제품을 폐기 처분하지 않고 중고 거래를 통해 재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4조 원 규모로 2008년(4조 원) 대비 6배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빠른 성장세에도 전체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아 향후 연간 15~20% 수준의 고성장을 더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오픈형 중고 가구 거래 전문 플랫폼 ‘오구가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년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가구는 약 5000톤에 달하지만 재활용되는 비율은 1% 미만에 그친다는 분석에 문제의식을 갖고 선보인 서비스다. 폐가구가 매립되거나 소각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보다 중고 거래를 통해 자원순환에 기여하겠다는 게 회사 측 방침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고체 쓰레기 1톤 소각 시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1.1톤 수준”이라며 “매월 약 20톤가량의 가구를 소각하지 않고 재사용하는 순환 체계가 갖춰지면 연간 264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 자전거 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서울시와 협력해 재생자전거를 판매한다. 매년 1만 5000대 이상 발생하는 폐자전거는 거리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자전거를 수리해 판매했지만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라이트브라더스는 서울시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2022년 1월 자사 플랫폼에서 재생자전거 판매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재생자전거 판매를 통해 새 자전거를 만들었을 때보다 수도권 출퇴근 자동차 11만 5782대에서 발생하는 탄소(41만 6816㎏)를 줄인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리필을 장려하는 기업도 있다.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지난해 8월부터 ‘퓨어캐스틸솝’ 리필 판매를 시작했다.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숍 ‘알맹상점’에서 리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가격은 1g당 30원이다. 직접 가져온 공병이나 매장에 비치된 재사용 용기에 제품을 담아 구매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줄여 친환경을 실천하겠다”며 “앞으로도 리필 서비스 제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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