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보유한 다우데이타(032190) 주식 140만 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사들인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주가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정상 거래로 보고 반발할 태세다.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투자한 해외 기관들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매수 후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다우데이타 블록딜의 경우 검찰과 금융 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김 회장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4일 거래소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4월 20일 모건스탠리를 창구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지분 3.65%)를 주당 4만 3245원에 블록딜로 매도하며 605억 원을 확보했다. 당시 거래는 전날 종가에 10.6%의 할인율을 적용했고 복수의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했다. 다우데이타 주가가 당시 상승세인 데다 평소 블록딜 거래에 비해 할인율도 높아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키움증권(039490)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4월 5일부터 블록딜 절차를 진행해 자체 실사와 법률 검토 등을 거쳐 19일 내부 심의를 완료했다. 이후 20일 정오 모건스탠리가 찾은 해외 기관들에 거래 진행을 통보하면서 블록딜이 종료됐다. 그러나 2영업일 만에 다우데이타가 첫 하한가를 기록한 뒤 주가 폭락 사태가 이어지면서 4일 종가는 전날보다 2.03% 하락한 1만 5930원까지 추락했다. 현재까지 하락 폭을 기준으로 단순 추정할 경우 김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 외국인들은 최대 4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 당국과 검찰은 다우데이타→다우기술(023590)→키움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키움증권이 김 회장의 주식 매도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으며 김 회장이 주가 폭락 사태를 둘러싼 사전 정보를 취득했을 개연성 등에 대해 심도 있는 검사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블록딜 거래가 정상적이었고 사전 정보를 전혀 취득한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를 중개한 모건스탠리는 특히 곤혹스러운 처지다. 모건스탠리 입장에서 법적 책임은 없지만 실사와 해외 매수자를 찾는 작업을 주도했기 때문에 고객 신뢰 측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내에서 주식을 거래할 때 증권사는 통상 ‘브로커리지(위탁매매자)’로서 단순 거래 중개자 역할에 그친다. 그러나 장외에서 대량 매매를 중개한 블록딜의 경우 매도 창구인 모건스탠리는 실사와 매수자를 찾으면서 거래를 주도하는 만큼 책임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다만 블록딜이라고 하더라도 법인 소유 지분이 아닌 개인 지분을 매각할 때는 상대적으로 거래 중개자의 관여가 적다는 것이 투자 업계의 설명이다. 또 모건스탠리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률 확인을 받아 거래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거래의 주요 분쟁은 해외 투자가와 김 회장 사이에서 벌어질 사안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 해외 기관의 투자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확정되면 기관투자가 역시 이를 근거로 김 회장 측에 비정상 주식 거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주가 하락에 따른 책임 소재는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기 때문에 법적 입증이 쉽지 않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매수와 매도 후 상황이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이 지난해 6월 23일부터 9월 26일까지 다우데이타 주식 3만 4855주를 매입할 때만 해도 주가는 5만 원 안팎을 유지했으나 블록딜 종료 후 나흘 만에 2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회장이 블록딜 이전에 주가 폭락 사태를 예상할 수 있는 정보를 취득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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