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대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42) 대표가 사실상 주가조작을 주도하고 그 구조를 자신이 직접 설계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라 대표는 2021년 9월 비공개 투자설명회에서 기존의 주가조작은 통정거래로 인해 당국에 적발됐으나 자신은 투자 구조를 다르게 짜놓아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고 2일 SBS가 보도했다.
SBS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라 대표는 “(불법이 입증되려면) 누군가 한 사람이 지휘를 했다고 나와야 되는데 제가 지휘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제가 지금 그렇게 다 세팅을 해놨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컨트롤타워인지 증명해 낼 방법은 사실 없다”면서 “제가 실질적으로는 고객들한테 이 주식들을 사게끔 만들었지만 이걸 증명해 낼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고 했다.
앞서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의도적으로 매수·매도가를 정해놓고 사고팔며 주가를 띄우는 통정매매나 시세조종은 없었다’며 주가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했던 라 대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들이다.
라 대표는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투자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핵심 멤버들 몇 명만 제가 차명폰으로 연락해서 ‘뭐 사라, 누구꺼 어떻게 사줘라, 누구꺼 어떻게 팔아드려라’ 그것만 오더를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에 있는 분은 부산으로 직원을 보내고, 일산에 계시면 휴대폰을 들고 일산까지 간다”고 덧붙였다. 라 대표는 고객은 물론 직원들의 연락처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며 경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녹취 파일에는 해당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투자자들이 불법 행위가 있을 것임을 인지한 듯한 발언 내용도 담겼다. 몇몇 투자자들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검찰에서 털면, 이슈가 되면 문제 생기지 않나”, “위험 요소가 좀 있을 것 같은데 하자(문제)가 없다는 관점을 얘기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라 대표는 “‘털려면 털리는 거 아니냐’ 그러면 어떤 일도 못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방어할 수 있으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폭락 사태의 배후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을 지목하며 키움증권이 블록딜 매수 주체와 관련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라 대표는 이 같은 의혹을 토대로 김 회장에 대한 고소 의사를 밝혔다. 반면 키움증권은 라 대표의 주장이 회사와 김 회장의 신용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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