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000080)의 야심작 '켈리'가 빠른 속도로 맥주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내년 창사 100주년을 앞두고 '맥주 1위, 소주 1위'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하이트진로가 김인규(사진)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전사 역량을 모아 여름 성수기 영업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다만 마케팅 비용 상승에 당분간 수익성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달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열린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NDR)에 직접 참석해 “켈리의 초반 판매량이 테라를 뛰어넘는다”며 영업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켈리는 출시 36일째인 오는 10일 출고량 100만 상자(330㎖ 병 기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39일이 소요됐던 테라보다 3일 앞당겨진 성과다. 이대로라면 1억 병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도 테라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에 등판한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 병을 넘어섰다.
켈리는 하이트진로가 '맥주 1위 탈환'을 목표로 지난달 출시한 맥주다. 덴마크에서 북대서양 해풍을 맞으며 자란 프리미엄 맥아와 강렬한 탄산감을 내세웠다. 김 사장은 지난 달 4일 출시 간담회에서 "켈리로 소주에 이어 맥주 돌풍을 일으켜 맥주 1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줄곧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지키다 2011년 '카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020년 테라 출시 효과에 40%까지 늘었다 지난해 37%로 낮아졌다. 이에 1위 오비맥주와의 격차도 2020년 15%포인트에서 지난해 21%포인트로 벌어진 상태다.
내년 창사 100주년을 앞둔 하이트진로로선 '맥주 1위, 소주 1위'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켈리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국내 소주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최근 제로슈거를 내세운 롯데칠성음료 '새로'의 돌풍이 거세지만 '처음처럼'과의 합산 점유율은 20% 안팎이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전체 맥주 유흥시장의 65%를 차지하면서 경쟁 제품인 '카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병맥주 카테고리를 빠르게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또 서울 강남역 인근에 켈리 대형 팝업스토어를 열고 20~30대 소비자와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다만 원가가 상승한 가운데 마케팅 비용 부담마저 늘며 수익성은 하락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350억 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주 재료인 수입 맥아 가격이 1㎏당 951원에서 지난해 1035원까지 상승한 여파다. 켈리 출시 이후인 오는 2분기 영업이익 역시 16% 줄어든 52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 업계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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