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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스트롱맨의 시대, 민주와 자유의 가치가 무너진다

■더 스트롱맨

기디언 래크먼 지음, 시공사 펴냄

트럼프·푸틴·시진핑 등 스트롱맨

민족주의·극단주의로 지지기반 확보

민주주의·지유주의 퇴보하고 사회갈등 늘어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되는 대한민국이지만, 통치 권력은 아직도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권력 집중은 타 국가의 사례에 비하면 약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은 강력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외무 담당 수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들 모두를 ‘스트롱맨’이라고 칭한다. 스트롱맨은 독재자와는 상이한 개념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지도자의 한 형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스트롱맨들은 주로 문화적 보수주의자이자 민족주의적 색채를 보인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외국인과 소수자들에게 배타적이다. 이들의 정책은 대중주의적이나 정치극단주의적 성격을 갖는다.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사회 다수의 지지를 얻기 충분하며, 스트롱맨들의 지지 기반은 확고하다. 부를 박탈당한 세대와 계층의 대변인임을 자처하며 인기와 표를 확보한다.

책은 “스트롱맨의 시대가 열린 것은 2000년 푸틴의 집권부터다”라고 분석한다. 그 이후 스트롱맨의 시대가 도래해, 미국·중국·인도·터키 등에서 집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들의 등장 탓에 민주주의와 조화를 이뤄야 하는 자유주의가 약화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2020년 세계 자유가 15년 연속으로 퇴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주의의 퇴보와 함께 민주주의 역시 후퇴하고 있다.

책은 여러 스트롱맨들의 사례를 살피며 이들이 부상하게 된 원인과 특징에 대해 고찰한다. 소련의 붕괴와 경제 위축 속에서 강력한 지도자상을 표방한 푸틴의 사례를 통해서 독재자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다. 세계 인구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의 집권 사례를 통해 스트롱맨이 민주정부와 독재정부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논증한다. 미국과 트럼프의 사례를 통해서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상징이었던 미국의 사회적 갈등이 어떻게 심화됐는지, 또 이들의 자국민 중심주의가 어떻게 글로벌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볼 수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FP연합뉴스


한국도 스트롱맨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타임지는 ‘스트롱맨의 딸’이라는 표현으로 아시아판 표지를 장식했다. 한국과 스트롱맨의 인연은 최소 박정희 정권 때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스트롱맨 리더십’이 화두에 자주 올랐다. 직설적인 화법과 마초적 성향, 양보 없는 정책 추진은 사전적 의미의 스트롱맨 그 자체로, 지지층의 집결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 갈등 양상의 확대라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저자는 “스트롱맨 시대가 언젠가는 막을 내릴 것을 안다. 그러나 그 시대가 30년 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상적인 정치 체제로 ‘철인정치’(哲人政治)를 제시했다.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한국의 권력 집중 체제 자체의 개선이 어렵다면, 국내 정치가 부정적 의미까지 내포한 스트롱맨 정치라는 평가를 벗어나 철인정으로 진화하길 바라본다. 2만 1000원.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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