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제너럴모터스(GM)는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낮은 수익성 등 각종 변수가 남아 있어 현 시점에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무르익은 뒤 GM이 한국 사업장에 전기차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한한 실판 아민 GM 수석부사장 겸 인터내셔널 사장은 전기차 국내 생산을 위해 투자해달라는 정부 측의 제안에 “한국GM은 최근 출시한 신차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 미래차 배정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올해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과 대표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이 우선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아민 사장은 GM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2인자 격 인물이다.
전기차 생산 시설투자의 세액공제율을 15%로 높이는 등 정부 차원에서 완성차 업계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GM은 전기차 국내 생산에 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이번에도 유지했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따져봐도 당장 국내에서 전기차를 만들 이유가 제한적이라서다.
IRA가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명시한 만큼 GM이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에 가져가면 보조금 없이 차를 판매해야 한다. GM 본사 입장에서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전기차 사업의 낮은 수익성도 문제다. 아직까지 GM은 전기차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손해를 감수하고 전기차 생산에 나서야 하지만 한국GM은 지난해 들어서야 9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정도로 경영 안정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이 주력해 생산 중인 트랙스 CUV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북미에서 향후 수년간 탄탄한 수요가 보장된 차종”이라며 “현 시점에는 전기차 대신 주력 모델 생산에 집중해 수익을 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 잡을 향후 5년 이후에는 얼마든지 GM이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IRA를 비롯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2년간 국내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며 생산 목표량을 달성한다면 한국에 전기차를 배정할 수 있는 시기도 올 것”이라 밝힌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