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9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최초로 ‘대한민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우리나라와 태평양도서국·호주·뉴질랜드 정상 및 고위급 인사,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사무총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협력 관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태평양 시대를 위한 청사진을 논의하는 자리다.
태평양도서국은 총 14개 국가와 2개 자치령으로 구성된다.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작은 규모의 국가들이다. 하지만 해양 어족과 심해저 광물자원을 관리하는 이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합치면 면적이 1910만 ㎢에 달한다. 세계 1위 규모다. 가히 ‘푸른 태평양 대륙’이라 칭할 만하다. 또한 이들은 유엔 회원국 5개 지역 그룹인 아시아태평양그룹의 약 25%를 차지하며 최근 주요 국제기구 선거 등 국제 무대에서 자국의 목소리와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 및 번영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우리 정부는 실제로 태평양 도서 지역에 대한 협력의 지평을 새로이 넓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중국 및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이 지역과의 협력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이 지역이 국제사회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태평양도서국들은 반세기가 넘는 협력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는 1960년대부터 원양어업을 위해 태평양 지역에 진출해왔으며 실제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참치의 90%는 투발루·키리바시 같은 태평양도서국에서 잡히고 있다. 우리 정부는 1970년 통가와 수교한 후 13개 태평양도서국들과 외교 관계를 맺어왔으며 2011년 이후 다섯 차례의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개발 협력, 기후변화, 해양 수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번 정상회의는 그간 장관급에서 발전시켜온 태평양도서국들과의 협력을 정상급으로 격상하는 첫 회의다. 또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주최하는 첫 다자 정상회의이기도 하다. 태평양도서국들도 이번 회의의 의의를 높게 평가하고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안타깝게도 태평양도서국들은 현재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일부가 수몰되는 등 그야말로 실존적 위협에 처해 있다.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투발루 외무장관은 수중 연설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태평양 내 불법 조업 증가와 해양 환경오염으로 인한 어족 자원 고갈도 태평양도서국들에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교류 단절로 태평양도서국 경제의 중심축인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태평양도서국들이 겪는 어려움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도전이며 불법 조업이나 해양 오염은 우리의 원양어업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대해서도 중대한 위협이다.
이번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서는 태평양도서국들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대응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태평양도서국들의 회복(resilience), 강화(reinforcement), 재활성화(revitalization)를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격변하는 지역 정세와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 방향에 대해서도 토의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 정부는 태평양도서국들이 스스로 만든 장기 개발 전략인 ‘2050 푸른 태평양 대륙 전략’과 연계해 맞춤형 성과 사업을 추진하는 등 이번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해나가고 있다. 지역 협력체인 PIF는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2050 푸른 태평양 대륙 전략이라는 미래 비전을 채택했다. 심각한 기후위기와 치열해지는 미중 각축의 와중에 평화적이며 회복력 있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번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는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본격 이행의 기반이 정립되고 태평양도서국들과의 공동 번영과 호혜적 협력을 구현해나가는 뜻 깊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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