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또다시 1.4%까지 낮췄다. 한은이 성장률 눈높이를 연거푸 낮추면서 정부가 낙관해온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 달성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지난해 5월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낮춘 것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5회 연속 하향 조정했다. 다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3.5%)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은이 석 달 만에 다시 눈높이를 낮춰 제시한 전망치 1.4%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1.5~1.6%)보다도 낮은 수치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등은 1.5%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한은보다 낮은 전망치를 발표한 곳은 한국금융연구원(1.3%)과 피치(1.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1%) 등에 불과하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역성장한 2020년(-0.7%)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을 빼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와 중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하반기 들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IT 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수출도 점차 나아지겠지만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 같은 중국 변수 등을 반영한 대안 시나리오도 내놓았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의 리오프닝 모멘텀이 강화되는 경우 올해 성장률은 1.6%, 물가는 3.8%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중국의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선진국 금융 불안이 확대될 경우 성장률은 1.1%, 물가는 3.3%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4%에서 2.3%, 물가는 2.6%에서 2.4%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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