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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밖 미사일 수분만에 요격…美·이스라엘 이어 세번째 개발

■L-SAM 네번째 시험발사도 성공…언론 첫 공개

탄두요격땐 파편많아 후미 겨냥

시커·레이더 연동해 정밀 추적

궤도·자세 순식간에 바꿔 타격

2025년 양산…KAMD 촘촘히

성능 키운 L-SAM 2단계도 착수

L-SAM이 서해 중부 해상에서 발사되는 모습. 사진 제공=ADD




“사격통제원 표적탄 추적 성공, 교전 개시.”

교전개시 명령과 함께 표적탄을 겨냥한 요격탄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발사 15초, 14, 13…3,2,1, 발사.”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군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센터.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ADD 연구진·취재진 등 수십 명의 시선은 한곳에 모였다.

국방부는 이날 센터에서 ‘한국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평가받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의 표적탄 요격 시험을 사상 처음 공개했다. 센터 중앙에 설치된 6개의 화면에는 서해 중부 해상의 바지선 내 요격탄(L-SAM)과 서해 남부 무인도에 대기 중인 표적탄, 요격 과정을 보여주는 적외선 영상, 표적·요격탄의 비행 궤적을 보여주는 레이더 영상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서해 남부 무인도에서 발사되는 표적탄.


이날 시험은 서해 남부 무인도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가정한 초음속 표적탄을 발사하고 이를 서해 중부 해상에서 발사한 L-SAM이 교전 목표 지점에서 요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요격전은 열상감지장비(TOD) 화면으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표적탄과 요격탄은 각자 200㎞ 떨어진 지점에서 발사됐는데 수분 만에 요격이 이뤄져 시험은 완벽히 성공했다. 수직발사대에 장착된 L-SAM이 거대한 화염을 뿜어내며 솟구쳐 올랐다. 초음속으로 비행하다가 요격탄의 1단과 2단 추진체가 순차 분리된 데 이어 3단 직격비행체(Kill Vehicle·KV)가 이내 번쩍하더니 표적탄을 때리고 영상에서 사라졌다. 요격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교전 종료’라는 통제관의 방송이 들렸다.





군과 ADD로서는 아직 개발 중인 L-SAM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한다. 이번 시험은 첫 공개 시험이지만 앞서 비공개로 세 번의 시험이 진행됐는데 그중 한 번은 요격 실패를 기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실시된 이번 네 번째 시험을 지켜보던 이 장관은 요격이 성공하자 “ADD 소장이 며칠 전부터 잠도 못 자고 마음을 졸이며 긴장했다”고 소개했다.

L-SAM이 표적탄을 맞추는 순간이다. 섬광 왼쪽의 흰색 점은 분리된 2단 추진체로 관성으로 비행하는 모습이다.


L-SAM이 비행하다 표적탄을 맞추는 영상. /영상제공=ADD


이번 시험에서 놀라운 것은 L-SAM이 타격한 지점이 표적탄의 탄두가 아니라 후미의 추진체라는 점이다. ADD 개발진은 탄두를 요격할 경우 파편이 수없이 흩뿌려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후미를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표적의 어느 부위를 맞출지까지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요격 체계의 정밀도가 우수하다는 의미다. 박종승 ADD 소장은 “앞서 시험 때 탄두를 맞췄더니 파편이 너무 많이 발생해 이번에는 타격 지점을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교전 고도에 들어오는 적의 탄도미사일은 다 맞출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요격 시험을 위해 서해 일대에 설정된 해상 소개 면적은 서울 면적의 8배에 이를 정도로 광활했다.

요격 기술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요격할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추적하는 ‘시커(탐색기)’와 요격탄을 지상의 다기능 레이더 등과 연동시키는 KV 시스템이다. L-SAM 요격탄이 발사되면 우선 지상 다기능 레이더 등이 탐지한 표적 신호를 기반으로 요격할 적 미사일 근처까지 날아간다. 이후 적 미사일의 일정 거리에 접근하면 요격탄 자체에 탑재된 시커로 적 미사일을 자세히 식별해가면서 정밀 조준해 추격·파괴한다. 요격탄의 몸체 상하·좌우에는 4개의 분사 시스템이 있다. 해당 분사 시스템은 강력한 제트기류를 뿜어 L-SAM의 요격탄이 적 미사일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도록 비행 자세와 궤도를 순식간에 바꿔준다. 한국보다 먼저 시커와 KV 시스템을 갖춘 요격 체계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2곳뿐이다. L-SAM 시스템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소 및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의 탄도탄통제소(KTMO-cell)와 연동된다. 또 다른 탄도탄 요격 체계인 해군 이지스함과 연계 운영도 가능하다.

L-SAM은 적 탄도미사일이 최고 정점을 찍고 낙하하는 종말 단계 상층부에서 타격하는 3단 추진 유도탄으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으로 꼽힌다. L-SAM이 실전 배치되면 고도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사드,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20㎞ 이하의 천궁-Ⅱ(M-SAM) 등과 함께 다층적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L-SAM의 요격 고도는 50~60㎞, 최고 속도 마하 8~9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은 내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6~2027년 전력화하면 KAMD에 촘촘한 그물망이 쳐지는 것이다. 이 장관은 “L-SAM의 요격 고도는 사드에 버금간다”며 “다음 단계인 L-SAM-Ⅱ까지 개발하면 미국 수준의 방어망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은 최근 L-SAM 2단계(L-SAM-Ⅱ) 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기존 L-SAM보다 요격 고도가 높아져 방어 범위도 3배가량 넓어진다. 특히 2단계 사업은 적 미사일이 종말 단계에서 변칙 기동할 경우에도 요격할 수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과 극초음속 미사일은 하강 단계에서 요격을 회피하는 활공 기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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