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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정보 공개하고 꾸준히 설득…주민들 신뢰 얻었죠"

[탄소중립 이끄는 순환경제]

<중>지역사회와 공존 성공한 아일랜드

녹지에 세운 아일랜드 시멘트 공장

공생 운영철학으로 주민 반대 없애

환경기준 엄격히 지키고 신뢰 쌓아

넷제로 위한 순환자원 활용 늘려

아일랜드 키네가드시에 위치한 브리든 그룹의 시멘트 공장은 2002년 녹지 위에 세워졌다. 초반에는 지역 주민들과 불편한 관계를 겪기도 했지만,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현재는 지역사회에 잘 녹아든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 달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드넓은 평원을 넘어 서쪽으로 차를 타고 약 1시간 이동해 키네가드(kinnegad)시에 도착했다. 인구가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온 동네가 숲과 풀밭으로 둘러싸여 있어 푸근한 자연 속 마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원 마을 같은 풍경을 조금 지나쳐 들어가니 떡 하니 공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공장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벌크콘크리트트레일러(BCT) 차량들을 보니 시멘트 공장이 틀림없었다.

이 공장은 21년 전인 2002년에 세워진 브리든 그룹의 시멘트 공장이다. 생산능력이 연 70만 톤(t) 규모로 크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생’이라는 운영철학 때문이다. 공장 내부 곳곳에 붙어있는 ‘건강, 안전과 좋은 삶’(Health, safety&wellbeing)이란 문구에서 그런 철학이 전해졌다. 데클린 카 공장장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 관계가 지역 사회, 환경 단체, 직원”이라며 “이런 가치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언제든 현장을 방문해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키네가드시에 위치한 브리든 그룹의 시멘트 공장 내부에 보호 장비을 착용하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사진 제공=브리든


통상 시멘트 공장이 들어서는 곳들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아름드리 나무들과 초원이 자리잡은 키네가드 브리든 공장도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공장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주택가가 있는 데다 애초에 공장 부지가 녹지 위였기 때문에 갈등의 불씨가 컸을 것으로 보였다. 유연탄 대신 폐기물 연료 사용량을 늘리겠다는 정책도 지역 사회에서 눈총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 키네가드 공장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유연탄 사용량의 77%를 폐기물(순환자원)로 대체했다. 유연탄이 아닌 각종 폐기물을 에너지 원료로 사용해 시멘트를 제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쓰레기 시멘트’라는 조롱을 받는 제조 방식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각종 폐기물들을 실은 트럭이 공장을 드나들었다.

키네가드 브리든 공장의 저장고에 150톤 가량의 순환자원들이 저장되어 있다. 이 순환자원들은 시멘트를 제조할 때 에너지 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공장 관계자들의 전언은 예상과 달랐다. 공장 관계자들은 “악취, 소음 등에 대한 주민의 민원 제기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비결이 뭘까. 현장에서 만난 여러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지역 사회와 환경 단체 등에게 공장 운영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신뢰를 쌓은 것이 주효했다. 실제 이곳 지역 주민들도 폐기물을 에너지 원료로 사용하려는 시도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봤다. 공장 측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순환자원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1년 전부터 지역 주민, 환경 단체 등과 다양한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동영상, 소식지 등 여러 자료를 제공했고 시멘트 산업과 공장 운영과 관련한 정보들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했다. 특히 순환자원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과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 주민을 위해 다양한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고, 지역 행사의 후원자로 나서는 등 스킨십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키네가드 브리든 공장에서 지속가능 분야를 맡고 있는 맥 매너스씨는 “대부분의 시멘트 회사는 환경문제와 관련해 비슷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환경 단체와 같이 협력하고 지역 주민과도 소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은 굉장히 엄격한 환경 기준이 있고 반드시 그걸 준수할 뿐만 아니라 환경 기준을 지키는지 여부를 외부 단체가 주기적으로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설득한 결과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공장 측은 순환자원 활용 비중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 순환자원 활용 비중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매너스씨는 “모든 사람들을 확신시키기는 건 정말 어렵다”면서 “중요한 것은 순환자원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결국 전체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설명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키네가드)=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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