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외부 검증을 받는 보조금 사업 기준을 현행 3억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보조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외부 검증 대상 민간단체 수는 지난해 9079개에서 올해 4만 411개로 증가한다. 정부가 그동안 감시 사각지대에서 보조금 횡령 및 허위 수령 등을 일삼은 시민 단체의 비리에 대한 수술에 나선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2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제대로 된 관리·감독 시스템이 없어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이 ‘정치 포퓰리즘’으로 무분별하게 집행되고 있다면서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좌파 진영의 정치 기반 확장 수단으로 활용돼온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정부에 감시·감독 권한을 부여하지 않아 민간단체 설립과 보조금 부정 사용을 부추겼다. 상당수 시민 단체들은 정부 지원금에 기댄 채 국민 혈세를 좀먹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이런 와중에 출근길 지하철 불법 시위를 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협력 단체와 함께 201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시 보조금 140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165개 산하 단체를 거느린 전장연은 “정부와 서울시에서 단 1원의 보조금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중증 장애인 공공 일자리 사업 보조금 등을 수령한 뒤 이 중 일부를 시위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1865건의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 사용 사례를 적발한 대통령실이 감사 대상을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으로 확대하면 비리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조금 부정 사용이 드러날 경우 형사 조치뿐 아니라 지원 중단과 환수 등을 추진해야 한다. 썩은 환부를 확실히 도려내야 혈세 누수를 차단할 수 있다. 정부는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단계적으로 줄이되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엄밀하게 사업 적정성을 따져 지원 단체를 선정해야 한다. 시민 단체도 정부 보조금 의존도를 줄이고 회비 확충으로 재정 자립도를 높여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