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여성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김혼비. 그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등 그간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 여겨진 소재를 들고 호탕하게 세상에 반격한 여성 에세이스트다. 김혼비는 직장인이면서 글을 쓰는 프리랜서다. 물리적으로 남들보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쓸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또 다른 MZ세대의 멋있는 언니 황선우 작가를 만나 ‘최선을 다 하면 죽는다’고 결의한다.
책은 ‘나한테 왜 이러세요’라는 하소연으로 시작한다. 김혼비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혼비씨’라고 부른 사람은 ‘본인의 주특기가 ‘잡도리’라고 말하던 잊고 싶은 상사’ 정도였다며 난데없이 본인을 ‘혼비씨’라고 부르는 황선우 작가를 겸연쩍어 하지만 두 사람은 이내 ‘선우씨’, ‘혼비씨’라고 부르며 서로의 일상을 편지로 공유한다.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작가는 ‘마감’이 있기에 과로할 수밖에 없다. 나를 태우며(번:Burn) 과로하는 것은 어쩌면 현대 직장인의 훈장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김혼비에게 ‘어떻게 그렇게 월급쟁이의 삶과 프리랜서의 삶을 잘 병행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김혼비는 황선우에게 ‘사실은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편지에 ‘번(Burn)-번-번- 타들어가다가 올여름에 아웃이 되어 나가떨어지고서야 번아웃이 맞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며 ‘휴식과 저 사이 연결된 다리마저 불태워 없애버리는 게 번아웃이더군요’라고 적는다. 황선우 역시 번아웃을 모르지 않는다. ‘한동안 씻는 동안 서 있을 힘이 없어서 욕조 안에 가만히 앉은 채로 샤워를 하곤했어요’라는 황선우의 고백은 마치 모든 직장인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자신을 ‘사람이 아닌 미역’이라고 칭하는 것까지도 모두 똑같다.
하지만 선우씨는 먼저 번아웃을 경험한 선배로서, 누구보다도 과로가 당연한 혼비씨에게 ‘숱한 바쁘고 중요한 일등 중에서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최우선에 둘 것’을 당부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시간의 마디’와 ‘절기’가 되어주기로 약속한다. 책과 방송을 통해 일상 속에서 유머와 말장난으로 여성들에게 웃음과 안락함을 주던 두 사람이다. 이제 두 사람은 독자와 팬들을 ‘위로’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 책이 읽고나면 독자들은 두 사람에게 손사레를 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만 하고 우리의 위로를 받으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할 때다. 죽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 하던 이들, 이제는 마주본 다정한 웃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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