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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작부터 불안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저출산 정책 설계에 깊숙이 관여하는 실무자에게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어떻게 봐야 하냐”고 물었다. 양육비 부담을 덜자며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외국 국적의 가사도우미를 들이자는 법안이 발의된 후였다. 이미 비슷한 제도가 있는 싱가포르를 보면 정책 효과가 없다는 의견부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지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 상황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해당 실무자는 “결국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을까 싶다. 시작부터 불안하다”고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3월 여야 의원 10명과 함께 발의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돌연 입장을 바꿔 철회됐고 이후 다른 여당 의원들의 합류로 재발의됐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제도 도입을 적극 도입하라고 주문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이 곧바로 “대충 다른 나라를 따라 하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라며 “베껴 쓰기 미봉책으로 젊은 부부들을 우롱한 데 사과하라”고 비판한 일도 있었다.

야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게 묻자 “일단 반대하자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한다”고 답했다.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와 여성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다. 혹자는 이번 제도가 도입되면 추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의 근거로 이용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당 차원에서 난감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내비쳤다.



씁쓸한 일이다. 제도가 진짜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한 시범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제도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인구가 많은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며 저출산 극복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에 접어든 지금, 표심에 급급한 정치권 탓에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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