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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줄 마른 스타트업 지분 땡처리…'줍줍' 나선 VC·헤지펀드 뭉칫돈 [정혜진 특파원의 실리콘밸리 산책]

펀딩 냉각에 창업자 투자금 바닥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만 활성화

올해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그라인드에서 한 VC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스타트업 업계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펀딩이 냉각된 가운데 구주 거래 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기업이나 투자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분을 반값 이하에 내놓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금융 정보 업체 포지글로벌홀딩스의 집계를 인용해 비상장 스타트업 주가의 평균 중앙값이 최근 투자를 받았을 당시보다 61%나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를테면 한 스타트업이 직전 라운드에서 투자금을 유치하며 주당 100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면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세컨더리 시장)에서 39달러에 거래되는 셈이다. 후기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공개(IPO) 시점은 미뤄지고 있지만 추가 펀딩이 어려워 런웨이(투자금)가 바닥나며 창업자들과 기존 투자자들이 세컨더리 시장에서 반값 이하에 지분을 내놓는 것이다.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도 당분간 현재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기관투자가 등이 물량을 대거 매각하는 상황이다.

이에 저가에 스타트업 지분을 확보하려는 벤처캐피털(VC) 자금이 세컨더리 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IPO 전까지 VC를 통해 추가로 펀딩을 해야 하는데 그 자금이 세컨더리 시장으로 가는 것이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에퀴티젠의 필 해즐릿 창업자는 “상전벽해”라며 “1년 전만 해도 헤지펀드나 VC들이 세컨더리 시장을 기피했으나 이제는 돈이 폭발적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주로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에 있던 기업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세컨더리 시장의 큰손인 실리콘밸리의 대표 VC 앤드리슨호로위츠는 물론 베인캐피털벤처스·베세머벤처스파트너스 등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VC액셀의 경우 지난여름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티케팅 플랫폼 시트긱(Seatgeek) 지분을 매입했고 이러한 전략을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버슬이나 개발자용 소프트웨어 기업 센트리 등 이들이 투자한 다른 스타트업으로 확장했다. 리치 웡 엑셀 파트너는 “수천만 달러를 투자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버슬 등 기존 포트폴리오사 지분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타이거글로벌·코트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로도 퍼지고 있다. 코트는 올 초 보안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원트러스트 창업자들로부터 7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워처 W캐피털파트너스 창업자는 “아직까지 스타트업들이 가치 평가 하락을 피하기 위해 펀딩 개시를 미루고 있다”며 “앞으로 5년간 세컨더리 시장은 활기를 띨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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