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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크루즈' 여행… 버킷리스트, '다시' 현실이 되다

■다시 열린 '크루즈 뱃길'

롯데관광개발, 3년 8개월만에 크루즈 여행 재개

63빌딩 눕혀 놓은 것보다 40m 더 긴 배에서

요가·수영·에어로빅부터 서커스·콘서트까지

日오타루·하코다테 등 심심할 틈 없는 6박7일

꿈·낭만·사랑·추억, 선상 위 가득 싣고 출항

이달 20일 크루즈 여행객들이 코스타세레나호 갑판의 선베드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쉬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승객과 크루 3000여 명을 싣고 이달 17일 속초항을 떠난 크루즈선 '코스타세레나'호가 일본 아오모리항에 정박해 있다.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이동할지, 무엇을 구경해야 할지 등을 짜야 하는 스트레스가 없는 여행이 있다. 알아서 매일 먹여주고 재워주고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바닷바람까지 맞으며 아침에는 운동하고 저녁에는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바로 크루즈 여행 이야기다. 빌딩 숲과 같은 도심을 벗어나 망망대해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객의 마음은 설레는데 묵힌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활동까지 가득하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롯데관광개발의 크루즈 전세선 운항이 국내에서 3년 8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 접시라는 오명을 벗고 바다 위 낭만이라는 명성을 되찾겠다는 행보다. ‘어기여차’ 뱃놀이 경험이 풍부한 승객, 크루즈 여행이 처음인 승객 등 4500여 명을 모으는 데도 성공했다. 엔데믹을 맞아 승객들 역시 우려보다 설렘을 드러내면서 크루즈 여행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갑판 위 수영장에서 승객들이 수영하고 있다.


◇63빌딩보다 긴 배에 3000명 탑승=17일 강원도 속초에서 롯데관광의 크루즈 전세선이 출항했다. 일본 오타루·하코다테·아오모리 등을 6박 7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여행 상품이다. 앞서 12일에는 속초에서 훗카이도 무로란과 아오모리 등을 거쳤다. 롯데관광이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한 지 3년 8개월 만에 크루즈 전세선을 가동한 것이다.

국내 크루즈 여행 상품은 여행사가 글로벌 선사에서 배를 빌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상품을 기획·판매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크루즈 여행에 투입된 ‘코스타세레나’호는 세계 1위 크루즈 기업인 카니발그룹에 속한 코스타크루즈가 소유하고 있다.

크루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다. 배가 여행객들에게는 호텔이자 쇼핑몰·레스토랑·카지노·수영장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여행 기간에 여행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도 배다. 코스타세레나호는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중 최대 규모(11만 4000톤)다. 63빌딩을 눕혀놓은 것보다 40m 더 길다. 선수에서 선미까지 성인 여자 걸음으로 3분 25초 정도나 걸릴 정도다. 배에 들어가는 인원만 최대 3780명에 달한다. 이번 크루즈 여행에는 12일 2200여 명, 17일 2300여 명의 승객이 참여했다. 승원 1100여 명까지 합하면 3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1주일가량 함께 지내는 셈이다. 배에 1000명 이상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수영장 4개, 14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대극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크루즈 여행객들이 선상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크루즈 여행은 승객이 자는 사이 다음 여행지로 이동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준다. 도시를 옮길 때마다 승객이 캐리어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크루즈 여행이 다른 패키지 여행, 자유여행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있다. 배 위에서 보내는 1분 1초가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승객들은 매일 저녁 객실로 배달되는 선상신문에서 다음 날 어떤 활동이 언제, 어디서 진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항지 투어 없이 종일 바다 위에 있는 날은 아침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스트레칭, 액세서리 만들기, 댄스 레슨, 디스코 등 총 76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실제로 배가 하루 종일 공해상에 떠 있던 18일 아침 선미 갑판에는 노란 조깅 트랙을 따라 승객 20여 명이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같은 시각 실내 수영장 한쪽에서는 강사의 구령에 맞춰 중년 여성들이 에어로빅을 즐겼다. 오후에는 갑판 위 수영장, 자쿠지가 아이를 데리고 돈 가족들로 붐볐다. 선베드에서 수건을 덮고 바다를 보며 낮잠을 자는 승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매일 저녁 이어지는 쇼는 크루즈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될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여행 경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쇼들이 제공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애크러배틱 곡예사들의 서커스쇼, 노래와 춤으로 구성된 라이브쇼 등이 이어졌다. 배에서 만난 한 노신사는 “여러 쇼를 봤지만 (이번 여행 때 감상한) 서커스쇼는 내 인생에서 최고였다”고 치켜세웠다. 롯데관광은 이번 크루즈 여행에 트로트 가수 나태주·박세욱의 선상 콘서트까지 추가해 재미를 더했다.

이달 19일 코스타세레나호에서 서커스쇼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이달 18일 코스타세레나호에서 저녁 정찬을 기다리던 크루즈 여행객들이 크루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크루즈 여행 즐기려면 ‘흥부자’ 돼야=크루즈 여행에서 필수적인 준비물은 적극적으로 흥을 분출해내는 용기다. 크루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흥겨운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외국인 크루들을 따라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는 여행객만이 크루즈 여행을 200% 즐겼다고 말할 수 있다. 롯데관광의 한 관계자는 “첫날에는 쑥스러워하는 승객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이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추고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여행 기간에 라운지바에서 외국인 크루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어머나’를 부르자 의자에 앉아 있던 승객들이 무대에 올라 떼창을 했다. 코스 요리가 나오는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을 기다리다가 싸이의 ‘댓댓’이 울려 퍼지자 서빙하던 크루와 승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기도 했다.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고객의 대부분이 중년·노년층이다 보니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어느새 친구가 되는 모습이다. 한 노부인은 “크루즈를 너댓 번 타봤지만 이번 크루즈는 같은 연령대의 한국인들만 있어 더 재밌었다”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을 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고 했다.

아울러 여행 기간에 적절하게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크루즈 여행의 팁이다. 매일 같은 레스토랑에서 최소 한 끼 이상 먹다 보면 질릴 수밖에 없다. 크루즈에서 피자·파스타·샤브샤브 등을 즐길 수 있는 유료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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