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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진단서 처방까지 단 30분…48시간 집중케어로 뇌졸중 후유장애 위험 '뚝'

■동아대병원 뇌졸중집중치료실 가보니

뇌졸중 발생 후 48~72시간 이내 증상 악화 쉬운데

집중치료실, 사망·중증 장애 위험 20% 이상 낮아

집중투자 필요한데 낮은 수가로 운영기관 절반 안돼

차재관(왼쪽)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뇌경색 환자의 경과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동아대병원




“환자분, 일어나셨어요?”

28일 오전 11시 부산 서구 동아대병원. 서관 3층 뇌졸중집중치료실(Stroke Unit) 중앙스테이션에서 모니터링 중인 3번 병상의 산소포화도 알람이 울리자 EMR(전자의무기록)에 올라온 처방을 확인하던 허현영(40) 간호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자에게 향했다.

“몸을 일으키려다 보니 이게 빠져버렸네요.”

왼손 검지에 끼워져 있던 펄스옥시미터를 오른 손에 거머쥔 박상수(56·남)씨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박씨는 이틀 전 저녁식사 후 갑작스럽게 오른쪽 팔에 힘이 빠지는 편측 마비와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여 119 구급차를 타고 동아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동아대병원은 현재 부산에서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다. 뇌졸중 의심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한해 1000명 가량 되는데 전담 교수는 단 둘 뿐이라 퐁당퐁당 교대로 당직을 선다. 마침 원내에 있었던 차재관 신경과 교수가 응급의학과 콜을 받고 달려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거쳐 박씨에게 뇌경색 진단을 내리고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동아대병원은 2012년부터 8개 병상으로 구성된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동아대병원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지거나(뇌출혈) 막히면서(뇌경색) 뇌로 가는 혈류공급이 중단되어 뇌세포가 죽는 병이다.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에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큰 뇌혈관이 막힌 경우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해야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흔히 4.5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뇌경색 발병 후 1시간 30분 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면 후유장애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약 3배 높아진다. 박씨는 27일 새벽 1시께 SU로 옮겨져 이틀밤을 보냈다. 아침 회진을 온 차 교수로부터 “뇌졸중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각 내원한 덕분에 경과가 좋았다”며 “오후쯤 일반병동으로 옮겨도 되겠다”는 말을 듣더니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어제 아침보다 발음이 더 또렷해지신 것 같아요. 오른 손에도 힘이 잘 들어가세요?”



허씨가 17년차 경력의 베테랑 간호사 답게 박씨의 혈압과 체온, 산소포화도를 체크하며 질문을 던졌다. 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골든타임 이내 치료를 받았더라도 증상 발생 후 일주일 이내에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48~72시간 이내 경과가 중요하다. SU는 박씨같은 급성기 뇌졸중 환자나 혈관중재술 또는 뇌혈관수술 전후 단계의 환자를 24시간 관찰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SU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신경학적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2~3시간마다 NIHSS라는 간이 신경검사를 시행하고 당직 의사들과 긴밀히 소통한다.

동아대병원 뇌졸중집중치료실 간호사가 중앙스테이션에서 모니터링하며 EMR 차트를 확인 중이다. 사진 제공=동아대병원사진 제공=동아대병원


의식수준과 주시능력, 시야, 팔다리 움직임, 감각 등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된 NIHSS 전 과정을 시행하려면 환자당 꼬박 10~20분이 넘게 걸리는데 뇌졸중 환자의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허씨는 “SU에서는 의료적 처치 뿐 아니라 환자의 손발이 되어 식사, 배설, 위생 관리를 담당해야 한다”며 “중증 환자는 삼킴장애, 호흡장애, 폐렴 등의 위험이 높고 언제든 심폐기능이 악화될 수 있어 부담이 크지만 환자의 예후와 경과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매년 10만 건 이상의 뇌졸중이 새롭게 발생한다. 급성기 뇌졸중 환자만을 한군데 모아서 전문 의료진이 치료하는 SU는 특별한 치료법을 쓰지 않는 데도 사망, 중증 장애 위험을 20% 이상 낮춘다고 알려졌다. 영국·독일·체코·스웨덴 등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뇌졸중 환자의 77~88%가 SU에서 치료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뇌졸중학회가 2012년 SU 인증에 나서고 2017년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233개 중·대형병원 중 99곳(42.5%) 정도만 SU을 운영 중이다.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급성기 치료를 제공하는 SU 수가가 종합병원 기준 1일 13만 3320원으로 간호 간병 서비스 다인실 병실료(16만 710원)보다도 낮다 보니 병원들이 선뜻 운영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탓이다.

동아대병원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가 뇌경색 환자의 의식과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동아대병원


밤낮 없이 응급실 전화를 받으며 온콜(호출당직)을 서는 뇌졸중 전임의가 24시간 SU 근무를 섰을 때 받는 수당은 2만7730원.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1000원에도 못 미친다. SU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 병원에 입원하는 뇌경색 환자들은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일반병동 1~4인실을 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시기에 미세한 신경학적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면 평생 후유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차 교수는 “뇌졸중 발생 후 급성기 치료는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뇌졸중 집중치료실 운영이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후유증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수가의 상향조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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