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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중관계 개선' 다급한 中, 옐런 방중 사흘전 이창용부터 찾았다

■이창용·판궁성 전격 회동

ADB 총회에는 부국장 보내더니

이창용 중국행에 긴급 만남 제안

실물지표 악화·외인 자금이탈에

반도체 생산마저 줄면 中 치명상

첨단산업 공조로 돌파구 노린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중국 인민은행 서열 1위 판궁성 공산당위원회 서기가 3일 전격 회동했다. 인민은행은 이 총재와 판 서기의 만남을 홈페이지와 중국 소셜미디어인 위챗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다. 올해 5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급이 맞지 않는 부국장을 대참시켰던 인민은행의 태도가 불과 두 달 만에 180도 바뀐 것이다.

양국 중앙은행 수장의 만남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우선 옐런 장관의 6~9일 방중을 앞두고 이 총재와의 면담을 서두른 점이 눈에 띈다. 이 총재는 한은 베이징사무소 점검차 주말을 이용해 베이징을 찾을 계획이었는데 방중 소식을 알게 된 인민은행 측에서 긴급 만남을 요청했다. 최근 중국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면서 전면 교체된 인민은행 지도부가 서둘러 이 총재와 회동한 것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한중 관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 상황은 미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후 급격하게 악화됐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5%대 초중반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기대보다 회복 속도가 더딘 실정이다. 5월에는 생산·소비·투자 성장세가 일제히 둔화하면서 실물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기도 했다. 수출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하락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정보기술(IT), 전기기계 제품뿐 아니라 섬유·의복 등 대부분의 품목이 부진에 빠진 탓이 컸다. 수입도 줄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첨단 기술 부품 등을 중심으로 4.5% 감소했다.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민은행은 지난달 20일 기준금리 성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전격 인하하면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한 경기 진작에 나섰다.

금융시장 상황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월 13일 달러당 6.70위안이었던 위안화 환율은 이후 점차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5월에는 올 들어 처음으로 7위안을 넘어선 데 이어 6월 말에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꼽히는 7.25위안까지 근접했다. 4일에는 달러당 7.23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위안화 가치 하락률은 연초 대비 7%를 넘어선다. 결국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섰으나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는 여전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인들은 중국 채권시장에서 9035억 위안(약 160조 원)을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채권 보유 비중도 8.3%로 2019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위안화 약세 기대가 자금 이탈을 부추겼을 뿐 아니라 미중 갈등 등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까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민은행에서 대표적 ‘외환 전문가’이자 ‘국제통’으로 꼽히는 판 당 서기가 전면에 등장한 것도 이 같은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움직임이다. 판 당 서기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등 국제적인 경험을 갖췄다. 시장에서는 판 당 서기가 보다 적극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 역시 국제적 경험이 풍부한 만큼 최근의 경제·금융 상황을 논의하기에 최적의 대화 상대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 총재는 부임 직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으로 8년간 재임하면서 중국 경제 전반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바 있다. 중앙은행 총재임에도 정부 당국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만큼 한중 관계 회복 의사를 전할 수도 있다.

한미일 공조 강화로 한국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점차 밀착하면서 중국 당국이 다급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운영 중인 공장이 원활히 가동돼야 자국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을 수 있다”며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미국의 압박이 거세져 한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 반도체 생산 물량을 줄일 경우 중국 경제에도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겁을 주면서도 달래는 이중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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