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 상황에서 시장 전망을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선방했다. D램 출하량 증가와 재고 감소가 동시에 이뤄진 결과다. 사실상 '반도체 한파' 바닥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1분기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28% 줄었고, 영업이익은 95.7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에 가장 적은 영업이익이다. 6400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1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밑돌았다.
다만 시장 전망치는 큰 폭으로 상회하며 선방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2375억 원이었다.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 부문인 DS 사업부에서 3~4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안팎에선 올 2분기 D램 출하량 증가를 감안하면 반도체 적자 규모가 1분기(4조 5800억 원)에 비해서는 감소했을 것으로 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해 예상보다 빠른 원가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의 버팀목이었던 모바일경험(MX) 사업의 경우 갤럭시S23 출시 효과가 감소하며 전 분기 대비 실적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가 예상한 2분기 MX사업부 영업이익은 2조 원 중반대다. TV와 가전 사업 역시 TV 신제품과 2분기 에어컨 성수기 효과로 1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2분기 말을 기점으로 메모리 재고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서버를 중심으로 HBM·DDR5 등 고성능 D램 판매 비중이 확대되며 판매단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메모리 재고 하락 본격화가 예상된다"며 "재고자산평가손실로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실적 개선 속도가 업황 회복 속도를 웃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를 넘기면 유지해온 압도적 규모의 시설투자 덕을 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위축기에 경쟁사와 달리 투자를 유지한 효과로 내년 삼성전자 D램 점유율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45%를 넘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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