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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브리핑에 깜짝 등장한 한은…병풍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조지원의 BOK리포트]

자료도 바로 못 받는 한은서 굳이 참석

①美 지역은행과 닮은 꼴인 새마을금고

②‘뱅크런’ 막으려다 시장 흔들까 우려

③새로운 유동성 공급 체계 마련 고민

새마을금고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정부가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이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2023.07.06




정부가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고객들이 예·적금을 찾으려 몰려드는 ‘뱅크런’ 조짐이 발생하자 불안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범정부 대응단을 꾸리며 진화에 나섰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6일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예·적금이 5000만 원을 초과하더라도 합병한 금고에서 원금·이자를 지급한다”고 강조했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6월 한때 최고 6.49%까지 오르면서 시중은행(0.33%)을 크게 웃돌았다. 일부 금고의 부실 여신이 문제가 되면서 수신 잔액도 최근 3개월 만에 6조 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동 브리핑에서 눈에 띄는 점은 새마을금고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을 가진 행정안전부는 물론이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한국은행까지 총동원됐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새마을금고에 예·적금을 재예치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이 거론된 만큼 관련성이 없진 않다. 금융위·금감원은 새마을금고 연체채권 정리를 지원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마을금고는 성격이 유사한 농협·수협·축협·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달리 금융위, 금감원으로부터 건전성 감독을 받지 않는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해 새마을 금고 예금자 보호와 건전성 확보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맨 왼쪽이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 연합뉴스


무엇보다 금융 감독 권한이 전혀 없는 한은이 새마을금고 브리핑에 등장한 것은 분명 어색한 그림이다. 한은은 새마을금고와 관련된 자료조차 금감원을 통해 받을 정도로 접점이 없다. 심지어 올해 초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새마을금고를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번 브리핑에서도 한은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고 행안부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정보 교환 차원에서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 참석해왔는데 이번 브리핑에도 와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브리핑에선 사실상 병풍 역할을 맡았지만 한은의 참석을 가볍게만 볼 순 없다. 한은이 금융 불안 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만, 최근 비은행 금융기관을 놓고 확연하게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보험·증권회사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한은의 새마을금고 브리핑 참석의 의미를 짚어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3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① 이창용 “감독권 없다고 비은행권 방치할 수 없다”

최근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이창용 총재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12일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서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 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고 작심 발언했다. 감독기관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불안은 한은의 정책 목표인 금융안정과 직결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 규모는 1137조 7000억 원이다. 농·수·산림조합이 559조 10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새마을금고가 294조 2000억 원으로 그 다음 많다. 신협(149조 3000억 원)과 저축은행(135조 1000억 원)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은행을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 대비 비은행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22%에 달한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이 총재가 비은행 금융기관을 언급한 것은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최근 미국에서 문제가 되는 지역 중소은행들이 국내에선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자체만 놓고 보면 사실상 경제적인 기능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들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여·수신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지만 지역 서민 금융 등 제한적인 목적으로 설립돼 자금조달·운용 과정에서 은행과는 다른 규제를 받는다. SVB도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 국제 기준인 바젤3를 적용받지 않는 중소은행으로 우리나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과 규제 환경이 유사하다. SVB가 단순한 여·수신 업무에 그치지 않고 미국 국채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문제가 된 것처럼 새마을금고도 단순 여·수신이 아니라 부동산 PF 투자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한 것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새마을금고 현장점검을 위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을 찾아 정기예금통장을 개설하고 있다.이호재기자. 2023.07.06





② 상호금융조합 자산 90% 유가증권…시장 변동성 커질 수도

다만 한은은 새마을금고 자체 부실이 커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 모든 세부 업권의 자본적정성이 규제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리스크 등으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손실이 발생했을 때 다른 업권으로 퍼지는 리스크 전이지수는 1.2%로 전체 업권 평균(6.6%)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SVB와 같은 뱅크런이 터졌을 때 중앙회가 보유한 자산으로 회원 기관에 발생한 유동성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따져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 중앙회가 보유한 예치금과 상환준비금 총액은 193조 9000억 원이다. 다수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예금 80%가 인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중앙회의 유동성 공급 여력은 양호하다는 평가다. 지난 3월 SVB를 폐쇄하지 않았다면 총예금 1731억 달러의 82%가 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매우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정한 결과다.

이날 브리핑에서 설명했듯이 새마을금고는 5월 말 기준 상환준비금 77조 3000억 원, 예금자 보호 준비금도 2조 6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가 생긴 금고는 인근 금고와 합병하고 합병한 금고에서 고객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리한다. 한때 1만 개가 넘는 금고를 이같은 방식으로 약 1300개까지 줄였다. 이에 새마을금고야말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웃지 못할 농담마저 나온다.

한은이 우려하는 것은 새마을금고 부실 가능성보다는 중앙회가 유동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상호금융조합이 운용하는 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7.8%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동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보유 유가증권을 일시에 매각하면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새마을금고 사태에 팔 걷고 나선다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처럼 단기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관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③ ‘한은법 80조’보단 RP 확대 또는 새로운 공급 방안 나올 듯

한은이 새마을금고를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은 한정돼 있다. 먼저 한은의 최종대부자 기능을 규정하고 있는 ‘한국은행법 80조(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활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은은 정부나 은행을 제외하고 예금이나 대출 거래를 할 수 없게 돼 있는데 한은법 80조에서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위원 4명 이상 찬성으로 영리기업에 여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 조항은 아주 긴급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역사상 한은법 80조가 사용된 사례는 2020년 4월 비은행 금융기관인 증권·보험사가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와 같은 해 7월 자본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채·기업어음 매입기구(SPV)’ 설립 등 단 두 번이다. 그나마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는 사용한 실적조차 없다. 금통위원 4명 이상 찬성, 해당 기관의 업무와 재산 상황 조사·확인, 정부 의견 청취 등 조건도 까다롭다. 이를 정부 의견을 듣지 않고 상시화한다고 해도 활용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보유 중인 유가증권 등 자산을 담보로 받고 한은이 돈을 빌려주는 정도다. 그러려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 기관에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포함돼야 한다. 현재 한은과 RP 매매를 할 수 있는 기관은 은행 18곳과 증권사·한국증권금융 등 비은행 7곳 등 25곳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포디움에서 '2023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6.19.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이 총재는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이같은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였다면 이제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굉장히 커졌다”며 “RP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은지,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때는 초단기 금리 하락 문제가 불거졌던 만큼 새마을금고보단 자산운용사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까지 포함하는 방안은 더 많은 제도적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예 새로운 형태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예상치 못하게 빠른 속도로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중앙회가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유사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뱅크런 등으로 중앙회의 일시적 유동성 조달 수요가 급격히 확대될 경우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 체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안보고서는 금통위 의결을 거치는 만큼 금통위원들도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비은행 금융기관의 금융 중개 기능이 중요해진 만큼 필요 시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대상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비은행 금융기관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대상 기관에 대한 적절한 감독 필요성, 적격 담보의 확대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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